일본 외무성 홈피 '한국과 자유·민주 가치 공유' 삭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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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일본 외무성이 최근 홈페이지 상의 한국 소개 문구에서 기존에 있던 ‘자유와 민주주의, 시장경제 등의 기본적 가치를 공유한다’는 표현을 삭제한 것으로 드러났다. 새로 변경된 일 외무성 홈페이지에는 한국에 대해 “가장 중요한 이웃 나라”로만 표현됐다.

 아사히(朝日)신문은 4일 “일 외무성은 ‘요즘 자주 쓰이는 표현으로 조정한 것’으로 설명하나 한국에 대한 (아베 정권의) 의식 변화가 배경에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신문은 일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한국 사법부와 한국 사회에 대한 불신이 있다”고 전하면서 “한국 검찰에 의해 기소된 가토 다쓰야 산케이(産經)신문 전 서울지국장 문제의 영향이 있어 보인다”고 덧붙였다.

 바꿔 말하면 현 한국 상황을 자유 민주주의나 시장경제 체제라 단정하기는 힘들다는 아베 정권의 시각이 반영됐다는 것이다. 실제 아베 신조(安倍晉三) 일본 총리는 지난달 시정방침 연설에서 이번에 외무성 홈페이지에서 삭제된 표현을 빼고 ‘가장 중요한 이웃 나라’라고만 한국을 표현했다. “자유와 민주주의와 같은 기본적 가치와 이익을 공유하는 가장 중요한 이웃 나라”(2013년 2월), “기본적 가치와 이익을 공유하는 가장 중요한 이웃 나라”(지난해 1월)에서 시간이 갈수록 더욱 후퇴하고 있는 셈이다.

 이에 비해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1일 3·1절 기념사에서 “양국(한국과 일본)은 자유 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가치를 공유하며, 동북아의 평화와 번영을 함께 추구해 나가는 중요한 이웃”이라고 말한 바 있다. 한국 외교부의 한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국내외 언론의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사안인 만큼 어떤 경위로 수정됐는지 일본 정부의 설명이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한편 일 문부과학성은 이날 동해 표기를 ‘일본해(동해)’로 병기한 전국 초·중·고교 보조교재용 지도를 쓰지 말라는 취지의 ‘통지’를 전국 교육위원회에 발송했다. 보조교재에 정부가 ‘통지’를 보낸 것은 40년 만이다. 학교 현장에서 사용되고 있는 교과서는 문부과학성의 검정제도에 의해 통제되고 있는 데 비해 교사 개개인에 의해 작성되거나 선택되는 부교재에 대해선 1974년 ‘특정 정치·종교·사상 등에 편향되지 않도록 하라’는 지시가 나온 이후 특별한 조치가 없었다. 지난해 10월 도쿄 무사시노 시의 한 시립중학교에서 동해와 일본해를 병기한 지도가 보조교재로 사용된 적이 있다고 산케이신문은 보도했다.

도쿄=김현기 특파원, 서울=안효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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