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그림 5000점 '희망 모자이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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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재미화가 강익중씨가 '알리 센터' 5층에 마련된 자신의 작품 '희망과 꿈'앞에 서있다. 이 작품은 전세계 141개국 어린이들이 그린 가로 7.6cm, 세로 7.6cm 크기의 그림 5000여 개로 이뤄져 있다. 작은 사진은 작품 일부를 확대해 놓은 모습.

빌 클린턴(右) 전 미국 대통령이 19일(현지시간) 미국 루이빌에서 열린 알리 센터 개관 기념연에 참석해 무하마드 알리를 격려하고 있다. [AP=연합]

'전설의 복서' 알리와 어린이들의 꿈이 만났다.

21일 전 세계의 주목 속에 개관하는 미국 '알리 센터'에 유일하게 재미작가 강익중(45)씨의 대형 작품 '희망과 꿈'이 설치돼 화제다. 알리 센터는 "나비처럼 날아가 벌처럼 쏜다"는 말로 유명한 전설적인 복서 무하마드 알리(63)의 생애와 그의 평화사업을 기리는 기념관. 7500만 달러를 들인 연면적 2600여 평의 6층 건물로 알리의 고향인 미국 켄터키주 루이빌의 오하이오강 강변에 세워졌다.

이 건물 5층에 마련된 강씨의 작품은 길이 16m, 높이 3m의 대형 설치물. 그러나 작품을 구성하는 그림들은 무척이나 작고 귀엽다. 141개국 어린이들이 그린 가로.세로 3인치 (7.6cm) 짜리 소형 그림 5000여 개로 이뤄진 까닭이다. 어린이들은 자신들의 꿈을 그려달라는 요청에 따라 무엇이든 원하는 바를 그려 강씨에게 보냈다. 우주선을 타는 모습, 아이들이 손을 맞잡고 지구를 도는 장면 등 어린이들의 꿈은 각양각색이다.

강씨는 이 작품을 통해 "국적과 인종, 종교 등이 다르더라도 때 묻지 않은 아이들의 꿈이 얼마나 똑같이 순수한지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한다. 이 중에는 파키스탄으로 피신한 아프가니스탄 난민 어린이들의 작품과 에이즈에 걸린 아프리카 아이들의 그림도 포함돼 있다는 게 강씨의 설명이다. 그림 위로는 작품 주제인 '희망과 꿈 (Hope & Dream)'이란 오색 글자가 선명하다.

알리 센터에 이 작품이 설치된 건 희망과 꿈을 추구해온 강씨의 예술 세계 때문이었다. 알리의 절친한 친구로 기념관 건립을 주도해 온 마이클 폭스란 인물이 2001년 우연히 뉴욕 유엔본부에 전시됐던 강씨의 작품 '놀라운 세계 (Amazed World)'를 보고 반했다 한다.

사실 알리는 권투를 그만둔 뒤 세계 평화운동에 전념했다. 흑인 인권운동과 빈민구호에 나섰으며 서방세계와 중동국가간 평화 중재에도 큰 기여를 했다. 이 덕택에 1998년엔 유엔 평화사절로 임명되기도 했다.

그래서 폭스는 알리의 평화운동 정신과 강씨의 작품 주제가 맞아떨어진다고 판단, 제작을 의뢰했던 것. 폭스는 19일 열린 기자회견에서 강씨를 "아름다운 사람"이라고 소개한 뒤 "언젠가 꼭 그의 작품을 전시해보겠다고 결심했었는데 이제야 소망이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홍익대 미대를 거쳐 뉴욕 프랫트 인스티튜트에서 석사를 받은 강씨는 미국 뉴욕에서 활동 중인 한국의 대표적 설치미술가다. 그는 1994년 세계적인 비디오 아티스트 백남준씨와 함께 뉴욕 휘트니 뮤지엄에서 전시회를 열었다. 그는 특히 1997년에는 베니스 비엔날레에서 특별상을 수상, 전 세계적인 주목을 받기도 했다. 그 후 2000년 미 샌프란시스코 공항에 6000개의 그림판으로 된 벽화를 설치했다. 또 지난해엔 미국 뉴저지주의 의뢰로 5000여 개의 소형 판으로 이뤄진 '행복한 세상 (Happy World)'이란 작품을 제작, 프린스턴시 공공도서관에 설치했다. 이 작품 제작엔 프린스턴시 주민들도 참여했는데 이중 한 시민이 프린스턴대 교수를 지냈던 아인슈타인의 파이프를 기증,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한편 19일 밤(현지시간)열린 기념관 축하연에는 심한 파킨슨병으로 거동이 불편한 알리를 비롯해 빌 클린턴 전 미 대통령, 영화배우 짐 케리.안젤리나 졸리.윌 스미스.애슐리 주드 그리고 중동 왕족 등 세계 각지에서 모인 1000여 명의 유명 인사들이 참석했다.

루이빌(미국)=남정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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