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m 달리기 못하는 세종시 신설학교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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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세종시 신도시에 위치한 참샘초등학교 운동장은 직선거리가 41m에 불과하다. 신도시 34개 초·중·고교 대부분은 운동장이 비좁아 100m 달리기도 못하는 형편이다. [프리랜서 김성태]

운동장이 좁아 100m 달리기를 못 하는 학생들. 주변의 공원을 전전하며 체육활동을 하는 학교. 세종시 신도시에 위치한 초·중·고교 얘기다.

 지난 2012년 7월 세종특별자치시가 출범한 이후 신도시(행복도시)에 학교가 급증하고 있다. 정부부처 이전에 인근 대전과 청주·공주 등에서 인구가 대거 유입하면서 아파트 단지마다 학교가 들어섰다. 3월에만 신도시에 27개 학교(유치원 11곳 포함)가 문을 열었다. 하지만 신도시 학교마다 운동장 때문에 골치를 앓고 있다. 100m 달리기는 고사하고 50m 달리기조차 못할 정도로 운동장이 비좁아서다.

 첫마을에 위치한 한솔초 운동장 직선거리는 34.1m로 신도시 학교 중 길이가 가장 짧다. 32개 학급에 학생 수가 800여 명에 달하는 참샘초는 운동장 직선거리가 41m에 불과하다. 신도시 34개 초·중·고교 중 100m 직선트랙을 만들 수 있는 곳은 세종과학예술영재학교가 유일하다. 2일 참샘초에서 만난 한 남학생은 “서울에서 학교에 다닐 때는 운동장이 넓어서 좋았다”며 “5~6학년 형들이 공을 차면 담장 밖으로 넘어갈 때가 많다”고 말했다.

 운동장 문제는 신도시를 설계할 때부터 예견됐다. 학교 부지가 1만~1만7000㎡로 좁게 책정된 데다 교실과 강당·주차장까지 들어서면서 운동장 면적이 좁아졌다. 현장에선 운동장이 협소한 이유로 학생 수요 예측이 실패한 것을 꼽았다. 행복도시건설청이 신도시를 건설하는 과정에서 예상보다 학생 수가 늘어나자 운동장 부지에 교실을 추가로 만들게 되면서 운동장 면적이 줄어들었다는 설명이다.

 신도시 학교는 대부분 아파트와 상가가 둘러싸고 있는 형태다. 학교 운동장 부지를 넓게 하면 그만큼 건설업체에 팔 수 있는 공간이 줄어드는 셈이다. 익명을 원한 한 교사는 “교육보다 돈 벌이가 우선 순위이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신도시 학교 운동장 문제는 지난해 국정감사 때도 도마에 올랐다. 당시 새누리당 이상일 의원이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세종 지역 49개 초·중·고교 중 운동장 대각선 길이가 100m가 되는 학교는 10곳에 불과했다. 세종엔 육상경기(트랙·필드)를 치를 종합운동장도 없는 실정이다. 이 때문에 전국소년체육대회에 참가할 선수를 선발하는 세종학생체육대회는 매년 공주시민운동장을 빌려 열고 있다.

 일선 학교는 운동장 늘리기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만큼 권역별 공동운동장 조성 등을 대안으로 꼽았다. 트랙을 갖춘 공원을 조성해 3~4개 학교가 공동으로 사용하는 방식이다. 낮에는 학교가 쓰고 아침·저녁엔 시민에게 개방하면 활용도를 높일 수 있다는 얘기다. 현재 한솔중·고가 세종시 협조로 학교 옆 근린공원을 체육활동 공간으로 활용 중이다.

 최교진 세종교육감은 “체육 활동도 교육의 연장으로 학생의 기본권 중 하나”라며 “행복도시건설청과 한국토지주택공사 등과 협조해 앞으로 건설된 학교는 운동장 부지를 최대한 확보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신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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