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업계의 재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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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정부는 장기불황에 빠져있는 해운업계의 재편을 위해 통폐합이라는 마지막 수단을 채택키로 결정했다.
우리는 이미 이전에도 중화학조정이라는 이름으로 거대한 규모의 산업조정을 경험한바 있으나민간업계의 운영에 대한 행정력의 개입을 또다시 초래하게된 현실은 불행한 일이 아닐수 없다.
그러나 해운업계의 현황을 주의깊게 살펴보면 그 불황과 경영난맥의도는 업계의 자구노력만으로 해결되기어려운 심각함을 안고있음도 사실이다.
우리의 해운업은 단순히 선복량으로만 따지면 6백90만t에 달해 세계13위의 해운국으로 올라있으나 그식에 있어서는 난맥과 부실의 극에 와있다. 70여사로 난립한 해운업계의 누적부채가 2조원이 넘고 불황이 심화된 80년대 이후 해마다 적자가 1천여억원씩 늘어나는 현실은 정부자원의 대책을 불가피하게 만들고있다.
이런 사정을 고려한다면 이번의 통폐합을 주내용으로한 합리화대책은 그 실효성이나 강제성과 관련한 여러 문제점들을 고려에 넣더라도 일단은 불가피한 결정이었다고 보고싶다. 또 그것은 해운불황의 상당요인이 지난70연대 후반기의 해운정책 부재와 정부의 판단착오에서 비롯된 측면도없지않아 결자해지의 뜻도 담겨있다고 보는 것이다.
물론 지금와서 사태가 오늘에 이른 책임을 따지는 일은 그리 중요한일이 아니다. 그리고 무모한 투자와 과당경쟁에 빠져든 해운사들의 근원적 책임이 가려져서도 안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내해운업의 현실은 국제적인 해운불황이라는 외성적요인에만 책임을 모두 전가시키기 어렵다. 정부와 민간의 해운관계자들이 얼마나 단견의 무절제한 정책과 투자를 일삼아왔는지를 돌이켜볼 필요가있는 것이다.
국제적으로 볼때 해운업만큼 완전경쟁과 국제시장에의 노출이 극심한 업종도 드물다. 그것은 곧 해운관계자들이 다른 어떤 업종보다도 고도의 국제감각과 선진적 경영기법을 발휘하도록 강요하는 요인이다. 그러나 현실은 전혀 그 반대다. 해운경기를 내다보는 눈도 없이 무작정 선복량만 늘리도록 조장했고 덩달아서 투자를 턱없이 늘려온 결과가 오늘의 현실을 초래한 것이다.
따라서 정부의 통폐합은 어떤 의미로든 불가피한 산업재편이 아닐수없으며 이를 계기로 해운업의 획기적인 전환점이 모색되기를 기대한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볼때 통합에 따른 문제들은 너무도 많다. 우선 무엇보다도 해운사들의 누적부채가 방대하고 순자본이 마이너스인 회사가 적지않은 점이다. 이는 곧 자산과 부채의 평가과정에서 수많은 장애요인이 가로놓여 있음을 의미한다.
문제의 해결을 더욱 어렵게 만드는것은 이런 와중에서도 적지않은 회사들이 불황을 빙자하고 자금운영에 난맥을 보여 장부의 누출이 다반사로 행해져왔다는것이 업계의 공공연한 비밀처럼 되어있다.
이런 상태에서 업계의 자율적인 통폐합을 기대하기는 매우 어려울 것이다. 특히 정부계획대로 1월말까지 주거래은행들이 각사의 자산·부채평가를 확인하기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더 시간적인 여유를 가지고 정밀하게 현항을 파악하는 길이 통폐합의 성공여부를 판가름하는 첫 열쇠가 될것이다.
현재의 재무구조로 보아 통폐합의 방향은 운영회사의 형태보다 통합대형화의 길이 장기적으로는 더 바람직한 방향이 될것이다. 이와함께 해운관계자들의 감각과 경영을 국제화하여 새로운 해운한국의 이미지를 정립해갈것을 기대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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