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APEC정상회의] 외신기자가 본 APEC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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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APEC 정상회의가 열린 벡스코(부산전시컨벤션센터).롯데호텔 등에서는 내.외신 기자 3500여 명이 취재 경쟁을 벌이고 있다. 18일 벡스코 내 국제미디어센터(IMC)에서 이치카와 하야미(市川速水) 아사히신문 서울지국장과 마틴 네저키 로이터통신 서울지국장을 만나 이번 행사에 대한 견해를 들어봤다.

-부산 APEC 정상회의를 점수로 매긴다면.

이치카와=B학점쯤 주겠다. 올해 APEC은 아시아.유럽정상회의(ASEM), 동남아국가연합(아세안)+3, 동아시아 정상회의 등 이 지역 내 있는 여러 공동체와 다른 APEC의 존재 이유를 명확히 하는 것이었다고 본다. 목표의 60~70%는 성공한 것으로 본다. 자원봉사자, 벡스코 시설, 바다 등이 어우러져 좋은 분위기였다. 또 APEC이 정치보다 경제를 협의하는 공동체임을 생각할 때 과거보다 최고경영자(CEO)가 많이 참석해 성공적이었다.

네저키=B+ 학점을 주고싶다. 2001년 상하이 APEC 때는 시민들이 대거 상하이 밖으로 '휴가'를 떠나 시내가 한산했다. 부산의 경우 시민들이 일상생활을 계속하면서 당국은 경호.경비를 동시에 펼치기가 매우 어려웠을 것이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이치카와=예쁘고 영어 잘 하는 여성들이 이렇게 많다는 데 놀랐다(웃음). IT 전시회에서는 한국의 첨단기술 수준을 잘 보여줬다.

네저키=IT 전시회에 있던 아인슈타인 얼굴을 한 앨버트 휴보 로봇이 독일식 억양을 구사하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와이브로.PDA폰.DMB 등 첨단기술과 함께 국제미디어센터의 초고속통신망도 인상적이었다. 한국의 기술역량을 잘 보여줬다고 생각한다.

-불편했던 점은.

이치카와=어쩔수 없는 부분이기도 하지만 경호.경비가 지나치다는 생각이 들었다. 담배를 피우는 탓에 건물 밖을 자주 드나들어야 했는데 매번 시계까지 몽땅 풀러 검색 받았다. 전화.팩스 임대 비용도 비쌌다. 한 가지 놀랐던 것은 한쪽에서는 삼엄한 경비를 펼치면서 가까운 다른 곳에서는 시민 30만 명이 모인 가운데 폭발음을 내며 불꽃놀이 쇼를 했다는 것이다.

네저키=경비.경호의 경우 어느 정도 예상했던 일이었다고 본다. 동료 기자들은 식사가 마땅치 않다는 불만이 있었다. 매우 흥미롭고도 실망스러웠던 경험은 불꽃놀이였다. 이를 보러 나온 수십만 명의 시민 자체가 하나의 장관을 이뤘다. 당국이 관중 규모를 과소평가한 것 같다. 교통이 마비돼 택시 속에서 몇 시간씩 기다려야만 했다.

-APEC은 부산에서 열린 가장 큰 국제행사다. 부산이 APEC을 통해 국제도시로 발돋움할 수 있을까.

이치카와=일본인에게 부산은 예전부터 잘 알려진 도시다. 서울보다 일본 규슈와 더 가까운 느낌이다. 부산은 도시를 잘 가꾸고 정비해 왔다. 일본과 양국 간 교류는 더 깊어졌다고 본다.

네저키=부산이 APEC을 계기로 국제사회에 본격 데뷔했다고 본다. 20개국 정상이 모였으니 부산발 뉴스가 자연 외신을 탈 것 아닌가. 18, 19일 정상회의를 계기로 부산에 대한 보도가 더욱 늘어날 것이다. 또 부산은 2020년 여름올림픽 유치를 선언했으나 아직 변수가 많다. 부산이 앞으로 해야 할 일이 많다고 본다.

부산=특별취재단

특별취재단 : 강영진(단장), 안성규,최원기,홍병기,최상연,이현상,권혁주,김원배,서승욱,박현영,정강현,변선구,김태성 기자

부산 주재 = 강진권,김관종,송봉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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