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겨읽기] "아름다움이 무엇일까" 에코의 연구 노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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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미의 역사
움베르토 에코 지음, 이현경 옮김
열린책들, 437쪽, 3만9000원

아름다움이란 무엇이며 인간에게 어떤 의미가 있을까. 쉽지 않은 물음이다. 예로부터 많은 이들이 이에 답하려고 노력해 왔다. 고대 그리스부터 서양 철학자들은 아름다움을 분석하려고 들었다. 소크라테스는 아름다움을 이상적인 것, 정신적인 것, 기능적인 것 등 세 가지로 나누었으며 플라톤은 조화와 비례로서의 미와 광휘로서의 미로 아름다움을 구분했다. 18세기 스코틀랜드 철학자 데이비드 흄은 "미는 사물 그 자체의 성질이 아니며 사람의 머릿속에서만 존재할 뿐이고 모든 정신은 미를 서로 다르게 지각한다"며 미적 주관주의를 제창하기도 했다.

아름다움에 대한 사람의 생각이 이렇게 변하듯 이를 구현한 예술작품도 시대와 지역에 따라 그 모습을 달리한다. 정교한 균형미를 구현한 고대 그리스 조각부터 가치전복적인 현대 전위작품까지 실로 다양한 얼굴의 예술품이 미의 구현이라는 같은 목적 아래 존재한다.

이탈리아의 철학자이자 르네상스형 저술가인 움베르토 에코는 이 책에서 미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에둘러 밝힌다. 직접적인 언급을 일절 하지 않는 대신에 역사 흐름에 맞춰 나타난 다양한 예술작품과 미에 대한 생각을 자세히 정리한다. 미에 대한 에코의 노트라고나 할까.

아름다움이 단 하나의 답을 가진 대상이 아니고 시대와 지역에 따라 개념과 인식이 달라지는 역사적 산물임을 깨닫는 것은 독자의 몫으로 남기고 있다. 예술이나 그 사조를 소개하기보다 사람들이 아름다움과 예술을 어떻게 생각해 왔는지를 알려주면서 우리가 미를 생각하는 방향을 스스로 찾도록 도와주는 데 충실하기 때문이다.

고전시대부터 현대 기계문명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사조의 그림.건축.사진.만화 텍스트를 담고 있어 눈으로 보는 재미가 만만치 않다. 책 속에서 잘 전시된 미술관을 만날 수 있다. 고전이 된 다양한 예술작품을 담은 또 하나의 '고전'인 셈이다.

채인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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