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정된 5차5개년 계획 수정안 내용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기존 5차5개년 계획이 2차 오일쇼크의 여력이 채 가시지않은, 다분히 우울한 전망을 배경으로 했다면 이번 수정계획은 훨씬 낙관적인 전제와 적극적인 분위기 속에서 새로 짜여졌다.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역시 물가와 국제수지의 호보이다. 잘해야 10%선(GNP디플레이터기준)을 목표했었던 물가를 2%로 대폭 낮춰 잡았는가하면 86년에 가서 36억달러의 적자를 예상했던 경상수지가 아예 흑자로 역전된다는 시나리오를 자신있게 짜놓았다. 통화공급도 연평균 22%연(총통화기준)에서 12%선으로 뚝 잘라졌다. 나라살림은 내년도의 세출동결에서 한술 더떠 86년까지 매년 6천억원상당의 흑자경영을 계속해 나가는 것으로 되어있다. 이 정도면 단순한 수정작업의 차원이 아니다. 경제운용의 기본궤도를 바꾸는 것이다.
내용이나 구성을 봐도 수정계획의 성격보다는 독자적인 「3개년 계획」 또는 사실상 내년부터 새로 시작하는 「신5개년 계획」이라는 표현이 더 적합하다.
종래의 5개년 계획들이 인플레의 상존을 전제로 했다면 이번 수정계획은 그것의 완벽한 단절을 첫 번째 가정으로 출발한 것이다.
생각지도 못할 3년 연속 6천억원 규모의 재정흑자를 장담하는 것이나 경상수지의 흑자전환 역시 절대적인 물가안정을 바탕으로 내세운 의욕적인 정책목표들이다.
다만 수출만은 기존계획에서 5백30억 달러 목표를 3백57억 달러로 대폭 낮춰 잡았다. 최근 들어 수출부진이 사실상 심각했던데다 달러화의 험세, 보호주의 강화등을 감안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수입목도 석유값 부담이 줄어들어 예상했던 5백50억 달러를 3백51억 달러로 낮춰 잡는 바람에 무역수지 역시 흑자로 바뀌었다.
이처럼 기존계획에서는 각 부문에 걸쳐 「적자」로 표현되었던 수치들을 이번 수정계획에는「흑자」로 바꾸었다.
86년부터는 외국빚도 안 지겠다는 것이다.
이 모든 목표들이 모두 앞서 지적처럼 물가의 절대적인 안정을 전제로 한 것이니 만큼 이것이 흔들릴 경우 또 다른「수단」요구에 부딪칠지 모른다.
그러나 이번 수정계획의 보다 중요한 의의는 수자로 나타난 목표의 호전보다 그동안 소홀해 왔던 부문별 계획에 초점을 맞췄다는 점이다 .뒤늦게나마 막연한 정책목표들에 대한 비판들이 비교적 솔직이 개진됐고 그 반생으로 국민생활과 직결되는 제도개선목으로 수정방향이 수렴된 것이다.
대도시 교통문제 개선이나 환경대책, 의료제도 대폭개편, 부동산투기 억제대책 등이 그러한 예다. 전례없이 서울시 문제를 하나의 단일과제로 부각시켜 처음으로 문제삼은 점과 지역개발쪽에 치중한 것도 부각되는 사항들이다.
기왕 수정작업을 하는 만큼 무언가 기존계획과는 다른 내용을 담아야한다는 강박적인 분위기가 오히려 좀더 과감한 방향전환의 힘이 되기도 했다.
총운개획에 대한 깊은 회의는 결국 부문별 계획강화를 촉진시켰고 수정작업과정 자체가 각 부문별로 주요 과제를 뽑아서 여기에 집중적으로 매달렸던 것이다.
그러나 일단은 문제의 제기라는 한계를 넘지 못했다.
특히 가장 관심을 모았던 서울의 팽창억제와 수도권 분산대책은 지난7월에 발표했던 수정계획 지침에서 제시되었던 수준보다도 오히려 훨씬 후퇴한 것이었다.
고질적인 양곡적자해소방안도 과감히 들고 나왔으나 과연 그렇게 될지 의문이다. 수매가는 매년 3%수준에서 묶고 정부의 방출가격은 8%수준에서 묶어버리겠다는 이야기는 사실 「정책」이라고 하기보다는 차라리 「의지」라고 해야 옳을 것이다. 더우기 정부의 수매량도 3백만 섬 가량을 연차적으로 줄여서 농협에 떠넘기겠다는 아야기다. 가변적인 농사의 풍·흉작문제를 고려하지 않더라도 이 같은 정책태도는 그야말로 이번 수정작업이 가장 배격하겠다던 경직적·목표지향적인 것이 대표적인 흠집이 될 것이다.
한편 내년부터 본격화 될 아시안게임 및 올림픽개최준비 작업에 충분한 경제적 검토가 별로 반영되어있지 않다.
민자를 합쳐 무려 2조4천억원, 통신 등 간접시설까지 포함하면 2배이상의 돈이 들어가는데도 이에 대한 기본대비책이나 투자계획 등은 단 몇 줄로 요약되어 있을 뿐이다.
사실 올림픽의 개최시기와 소요재원면에서 볼 때 이번 수정계획에서 가장 중요한 변삭로 고려했어야 할 사항이 바로 올림픽문제였던 만큼 차라리 「올림픽개최준비를 위한 수정5개년 계획」이라는 부제를 달았어야 옳았다.
서울시의 팽창, 인구집중문제 역시 올림픽이 개최되는 곳이 바로 서울인 만큼 아무리 문제의 심각성을 지적하고 지역의 균형발전을 모색한다고 해도 이 같은 근본적인 큰 문제들에 대한 충분한 검토를 선행하지 않고서는 오히려 더욱 심각성을 더 해갈 것이기 때문이다. 5차 계획의 목표들을 어떻게 달성해 나가느냐보다는 오히려 앞으로 5년 후 닥칠 올림픽을 어떻게 효과적으로 치러내는가가 정말 우리경제의 관건일 것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