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돼도 대외정책 불변" |일경응대 국제정치전문가「가미야·후지」(신곡부이)교수 전화 인터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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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나까소네」(중증근강홍) 자민당정권이 이번 총선거에서 유례 없는 참패를 당했다. 자민당참패의 원인에 대해선 「다나까」(전중각영) 전 수상문제·정치윤리문제·템포가 가해진 우경화 등의 「나까소네」 정부정책·날씨·투표율 등 여러 가지가 거론되고있다.
이번 선거는 또 공산당의 참패도 두드러지게 눈에 뛴다. 이번 선거에 대한 귀하의 견해는?
▲자민당참패의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다나까」문제다. 「다나까」문제가 선거전반에 걸쳐 영향을 미쳤다. 「나까소네」수상의 정책, 예컨대 우경화라든가 방위력강화 등에 대한 심판은 아니었다. 투표율이 낮았다든가 하는 문제는 지역적인 문제에 지나지 않는다. 중의원해산-총선자체가 「다나까」문제에서 비롯된 것이 아닌가. 이번 선거에서 자민당을 제외하고는 모든 야당이 의석을 크게 늘렸는데 공산당만은 의석수가 줄었다.
이것은 두 가지 이유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첫째 KAL기 사건·랭군폭발사건 등으로 좌익은 무조건 나쁘다는 인식을 국민들이 갖게 됐다. 사실 일본 공산당은 그런 사건과 아무런 관련이 없었는데도 그 때문에 지지를 많이 잃은 것 같다. 둘째 이유는 중도야당세력이 너무나 잘 싸웠기 때문이다. 그 때문에 상대적으로 공산당이 위축되었다고 볼 수 있다.
-의석 과반수도 차지 못한 자민당이 앞으로도 계속 정권을 담당할 것으로 보는가. 「나까소네」수상은 퇴진을 거부하고 있다.
▲단기적으로 보면 자민당은 고전을 면치 못할 것이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볼 때는 자민당 이외의 어떤 세력도 아직은 집권하기가 어려운 상태에 있기 때문에 자민당정권의 붕괴란 상상하기 힘들 것이다. 「나까소네」내각도 자민당총재임기가 아직 1년이나 남아 있다. 따라서 그때까지는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지금 당장은「나까소네」내각을 바꾸어야할 아무런 이유도 발견하기 힘들다. 「나까소네」수상에 대한 비판의 소리도 있지만 당장 정권을 물려받을 후계자도 없다. 앞으로 자민당이 정국안정을 위해 선택할 수 있는 길은 두 가지라고 본다. 첫째는 이미 자민당이 취한 조치로서 무소속당선자를 자민당에 영입하여 원내안정세력을 확보하는 방법이다. 무소속 당선자 16명중 8∼9명은 자민당공천만 받지 않았다 뿐이지 자민계나 다름 없다. 무소속 영입은 선거 때마다 있어왔다. 둘째 선택은 신자유클럽·공명당·민사당 등 보수야당과 제휴, 연립내각을 형성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빠른 시일 내 간단히 해결될 일은 아니고, 「나까소네」도 그런 가능성을 배제했다.
-이번 선거의 쟁점이 「다나까」문제가 제기한「정치윤리」임에도 불구하고 「다나까」 전 수상은 사상 유례 없는 표를 얻어 압승했다. 이를 어떻게 설명하겠는가?
▲ 「다나까」씨의 압승은 의외이지만 지난 선거 때의 득표수 13만표 정도는 무난히 획득할 것으로 생각은 하고 있었다. 「다나까」씨의 승리는 어디까지나 그의 지역구 주민의 지지다. 그의 지역구 주민은 정치윤리라든가 하는 문제보다는 지역발전에 더 관심을 갖고 있다. 정치윤리 이전에「다나까」가 오랫동안 닦아놓은 탄탄한 기반이라든가 지역발전을 위한 노력 등에 대한 결과로 보아야 할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일본의 정치문화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좀 해봅시다. 경제적 선진성과 강력한 지도자라든가 하는 것과는 이번 선거결과가 상당한 차이가 있는 것 같은데….
▲앞서도 말했지만 이번 선거는 「다나까」문제가 가장 큰 쟁점이었지 자민당 내지「나까소네」정부의 정책에 대한 심판은 아니었다.
따라서 이번 선거결과는 외국에서 보면 이상하게 보일지 모르지만 반드시 그런 것이 아니다.
-자민당의 참패로 자민당내지 「나까소네」정권의 대외정책에 변화는 없겠는가. 특히 일본의 대한·대미정책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는가?
▲일본의 대외정책은 이번 선거결과에도 불구하고 큰 변화는 없을 것이다. 여러 가지 의미에서 일본은 서방측의 일원으로서의 지위를 유지해나가야 된다. 이는 누가 정권을 잡아도 필요한 것이다. 이 같은 정책에는 민주당도 공명당도 호응을 하고있다.
특히 이번 선거는 「다나까」문제가 가장 큰 이슈였지 「나까소네」수상정책에 대한 심판은 아니었기 때문에 실질적으로는 지금까지의 친서방정책에서 달라질게 아무것도 없다. 다만 이번 선거에서 참패를 당했기 때문에 앞으로 정책을 펴는데는 매우 신중한 태도를 취할 것이 예상된다.
「나까소네」정권의 문제점은 대외정책보다 오히려 내정에 있다고 본다. 국철의 민영화 등 당면한 행정개혁문제가 다소 차질을 빚을 가능성도 없지 않다.
-선거참패에 대한 책임추궁 등 자민당내의 동요가 예상되고있다. 「나까소네」수상은 어떻게 이 어려운 정국을 타개해 나갈 것으로 보는가?
▲자민당은 이번 선거결과를 큰 충격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따라서 12월말에 있을 수상지명선거까지 약 10일 동안 일본정국은 한바탕 진통을 겪게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앞서도 지적했듯이 당장은「나까소네」정권을 이어받을 후계자가 없다. 자민당은 「나까소네」를 수상으로 재 지명하여 이 난국을 현명하게 처리해 나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일본국회의 당면과제는 내년3월까지의 회기 중에 정부 예산안을 심의하는 것이다. 「나까소네」수상이 수상지명전에서 무난히 재 지명되면 거당적으로 내각을 개편해서 정국을 안정시키는데 최선을 다할 것으로 본다.
-자민당 내에서의「다나까」파의 영향력은 어떻게 될 것으로 보는가.
▲자민당내의 각 파벌은 전반적으로 의석을 많이 잃었다. 그러나 「다나까」파만은 그렇지 않았다. 따라서 자민당 내에서의 「다나까」파의 영향력은 계속 건재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번 선거의 최대쟁점이 「다나까」문제에 있었고 특히 야당에서 정치윤리문제를 거세게 거론하고 있는 마당이기 때문에 「다나까」파 스스로 종전보다는 더 신중한 태도를 취하지 않겠는가 하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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