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쏭달쏭 북·중이야기(10)] 김정일과 후진타오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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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진타오의 외교전략은 화평발전입니다. 한마디로 평화적 발전이지요. 이는 평화적 부상이라는 화평굴기(和平?起)에서 출발한 개념입니다. 화평굴기는 2003년 11월 3일 중국 공산당 중앙당교 부교장이었던 정비젠이 아시아 보아오 포럼에서 ‘중국의 평화적 부상의 새로운 방향과 아시아의 미래(中國和平?起新道路和亞洲的未來)’라는 주제로 강연하면서 처음으로 제기했습니다.

이 개념은 2003년 12월 후진타오 주석의 ‘마오쩌둥 탄생 110주년 기념 좌담회’와 원자바오 총리의 하버드 대학 강연 등에서 전폭적으로 지지를 받으면서 중국 제4세대 지도부의 외교전략으로 등장했지요. 정비젠은 후진타오의 측근으로 후야오방(1915~1989)전 총서기의 비서와 중앙선전부 부부장을 역임한 외교브레인입니다.

정비젠이 발표한 화평굴기는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사회주의 시장경제와 사회주의 민주정치를 기본 내용으로 하는 경제체제와 정치체제의 개혁을 추진함으로써 평화부상을 실현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만든다.

둘째, 인류 문명의 성과를 대담하게 받아들이는 한편 중화문명을 널리 알림으로써 평화부상을 실현할 수 있는 정신적 지주를 만든다.

셋째, 도시와 농촌의 발전, 지역의 발전, 경제사회의 발전, 인간과 자연의 조화로운 발전, 국내 발전과 대외개방을 포함한 다양한 이익관계를 통일적으로 고려해 평화부상을 실현할 수 있는 사회적 환경을 형성한다.

다시 말해 정비젠은 화평굴기론을 제기하면서 과거 강대국의 등장이 독일과 일본처럼 전쟁과 갈등을 수반했다면 중국의 부상은 평화적이라는 점에서 여느 역사적 사례와 다르다는 점을 강조했지요.

하지만 이런 주장에도 불구하고 화평굴기는 평화보다는 굴기에 주목하면서 중국위협론을 다시 촉발시키고 있다는 비판을 받지요. 그러자 중국 지도부는 2004년 4월 이후 화평굴기라는 용어를 더 이상 사용하지 않고, 이를 수정해 발전시킨 화평발전이라는 용어를 사용합니다.

중국 국무원 신문판공실은 2005년 12월 ‘중국의 화평발전 노선(中國的平和發展道路)’이라는 백서에서 화평발전을 후진타오 정부의 외교노선이라고 밝히지요. 백서에서 화평발전은 평화적인 방식과 과정을 통해 중국의 발전을 실현하는 것이며 중국의 발전을 통해서 세계 평화와 공동번영에 기여하는 것이라고 설명합니다.

또한 중국 정부는 화평발전이 중국의 현대화 건설의 필연적 결과이며 중국 역사문화와 전통의 필연적 선택이고 동시에 오늘의 세계발전의 필연적 추세라고 주장하면서 중국의 발전이 세계에 ‘위협’이 아니라 거대한 ‘기회’라는 점을 강조하지요.

중국의 이런 외교정책의 변화는 북한에 그대로 적용됩니다. 중국은 1994년 제1차 북핵 위기때 미국과 북한의 문제로 규정하고 가능한 제3자의 입장을 취했지요. 그러나 2003년 제2차 북핵 위기가 발발하자 다자간 협상에 의한 문제해결에 동의하고 6자회담을 중재할 뿐 아니라 북한을 다각적으로 설득해 6자회담에 참여하도록 종용합니다. 과거와 달라진 점이지요. (계속)

고수석 통일문화연구소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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