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의사' 용어 논란…"우리가 양의사면 한의사는 중국산 의사"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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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사의 현대의료기기 사용을 두고 촉발된 의료계와 한의계의 갈등이 때 아닌 용어 다툼으로 번지고 있다.

한의계가 ‘의사’라는 용어에는 양의사뿐만 아니라 한의사도 포함된다며, 현대의학은 ‘양의학(양방)’ ‘양의사’, 한의학은 ‘한의학’ ‘한의사’라는 명칭의 사용이 옳다고 주장하자, 의료계가 거세게 반발하고 나섰다.

대한의사협회는 이같은 한의계의 주장에 대해 “근거도 없는 인신공격성 의사 폄하 발언을 즉각 사죄하고, 한의계는 하루 속히 이성을 되찾기를 촉구한다”고 강한 거부감을 드러냈다.

의협은 “의료법이나 그 어떤 법률에도 ‘양의사, 양의학’이라는 표현은 없고, 국가면허시험에서도 ‘의사국가시험’이라고 하지 ‘양의사 국가시험’이라고 하지 않는다”며 “의사를 ‘양의사’라고 한다면, 한의사는 중국산 의사인 것이냐”고 반박했다.

더불어 ‘한의사’의 한자 표기에 대해서 문제를 삼았다.

의협은 “과거에 한의사는 분명 ‘漢醫師’라고 표기하였으나, 어느 순간부터 ‘韓醫師’로 억지로 명칭표기를 개정했다”며 “자신들의 신분세탁으로도 모자라, 타 전문직종의 명칭까지 양의사로 개칭해주는 것인지 그 의도가 궁금하다”고 비난의 목소리를 높였다.

의협이 제시한 WHO(세계보건기구) 정의에 따르면, 한의학은 ‘고대 중국의학에서 파생돼 한국 내에서 자행되는 전래요법으로 여러 대체 의술 중 하나’다. 이에 의협은 “한의협의 주장대로라면 한의학과 한의사는 ‘중국의학’과 ‘중의사’라고 불러야 하는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더불어 의협은 한의사와 의사와의 역할이 엄연히 다르다며 선을 그었다.

의협은 “한의사는 한의사에게 주어진 역할과 면허범위에 충실해야 한다”며 “ 면허범위를 벗어나서 의사의 역할을 부러워하고 흉내낸다고 절대로 의사가 될 수 없을 뿐 아니라, 국민 건강에 심각한 위해만 가할 뿐”이라고 맹비난했다.

이어 “한의사들이 살 길은 이제라도 한방의 세계화ㆍ과학화를 통해 제대로 된 한의사의 역할로서 국민들에게 인정받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대한한의사협회는 지난달 27일 ‘의사’라는 용어가 현대의학을 행하는 ‘양의사’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며 용어 사용의 문제를 제기한 바 있다.

한의협은 “의사는 한의사와 양의사, 치과의사를 통칭하는 중립적인 단어”라며 “‘의사=양의사’라는 일부 양의사와 양의사 단체의 주장은 여전히 일제 민족말살정책에서 벗어나지 못한 우리 보건의료체계의 부끄러운 민낯”이라고 주장했다.

더불어 “이제부터라도 ‘한의사와 양의사’, ‘한의학과 양의학’, ‘한약과 양약’의 바른 용어 정립을 통해 한민족의 잃어버린 역사를 되찾는 계기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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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경아 기자 okafm@joongang.co.kr <저작권자 ⓒ 중앙일보헬스미디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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