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기자 리포트] 목발 짚은 한 달…편의시설 부족해 등교 시간 3배 늘어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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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이 안 보이고 잘 듣지 못하는 등 몸이 불편한 친구들을 주변에서 본 적 있나요. 보건복지부에 등록된 장애인은 2013년 기준 250만 명이 넘습니다. 등록되지 않은 장애인을 합하면 그 수는 더 늘어납니다. OECD 회원국을 기준으로 보면 평균적으로 일할 나이(20~64세)의

성인 7명 중 1명(14.3%)은 만성질환이나 장애를 갖고 있다고 해요. 하지만 장애를 겪어보지 않고서는 일상생활이 얼마나 불편한지 알기 어렵습니다. 뜻하지 않게 장애체험을 한 박제하(고양 신일초 6) 학생기자가 학교 장애시설 현황과 문제점을 취재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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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지난해 11월 중순경 운동을 다녀오는 길에 친구를 만나 장난을 치며 뛰어오다가 발을 헛디디고 말았다. 순간 너무 아파 어떻게 집에 왔는지 모를 정도였다. 다음 날 병원에 갔더니 발등 뼈에 금이 갔다며 한 달간 깁스를 해야 한다고 했다. 이것은 나의 고난의 시작이었다.

우리 학교는 5층 건물인데 엘리베이터가 없다. 하필이면 우리 교실은 5층이었다. 깁스를 한 상태로 목발을 짚고 계단을 오르내리는 건 보통 일이 아니었다. 평소라면 집에서 교실까지 10분도 채 걸리지 않았을 텐데, 목발을 짚으며 가려니 20~30분이 걸리는 고난의 길이었다. 한 손으론 목발 두 개를 쥐고 나머지 한 손으로는 난간을 짚고 5층까지 오르내리는 건 그중에서도 고역이었다.

등하교 시간만 문제가 되는 게 아니었다. 이동 수업이 있거나, 준비물이 필요할 때 다른 친구에게 의지해야 해서 마음도 불편했다. 깁스를 한 뒤 방학이 될 때까지 나는 부모님과 친구들에게 기대어 살아야 했다. 맞벌이를 하시는 부모님도 일 때문에 움직임이 불편한 나를 도와주지 못하는 게 마음에 걸렸다고 하셨다.

나는 겨우 한 달 동안 이런 불편함을 겪었을 뿐이지만, 장애가 있는 친구들이 만약 이렇게 장애인 시설이 갖추어지지 않은 학교를 다니면 얼마나 불편할까 생각했다. 그래서 전국의 초등학교에 과연 장애인 시설이 갖추어진 곳이 얼마나 되나 취재를 하고 싶었다.

우선 우리 학교 정영숙 교장선생님을 인터뷰했다.

―왜 우리 학교에는 장애인을 위한 편의시설이 갖춰져 있지 않나요.

“장애인을 위한 점자 블럭과 경사로는 있습니다. 엘리베이터만 없지요.”

―시설을 개선할 계획은 없나요.

“엘리베이터 설치는 대당 1억원 이상 큰 돈이 들기 때문에 학교 운영금만으로는 안 됩니다. 교육청에서 지원을 해주어야 하는데 우리 학교에는 특수학급이 없어서 교육청의 지원을 받을 수 없어요.”

―그럼 우리 학교 근처에 사는 장애인 학생은 어떤 학교로 갑니까.

“통합 학급 수업을 받을 수 있는 경미한 장애가 있는 학생이라면 우리 학교에 다닐 수 있습니다. 지속적인 장애가 있는 학생들은 인근의 문화초나 문촌초로 갑니다.”

교장 선생님의 답을 듣고난 뒤 경기도교육청 관계자를 전화로 인터뷰했다.

―경기도 내 학교의 장애인 시설 설치 실태는 어떤가요.

“전체 편의시설의 평균 설치율은 79.6%에 달합니다.”

―엘리베이터나 경사로가 없는 학교의 시설을 개선할 계획은 없나요.

“승강기는 매년 지원하고 있지만 설치 비용이 커서 한꺼번에 할 수는 없습니다. 2013~2014년에는 10대씩 지원했고, 올해엔 5대씩 지원할 예정입니다.”

―시설 개선이 어려운 이유는 뭔가요.

“시설 지원 선정 기준을 장애인이 많은 학교를 우선으로 합니다. 따라서 장애 학생이 많이 다니는 특수학급이 있는 학교부터 지원하죠.”

―사고로 잠시 부상을 입은 학생에 대한 대책은 없습니까.

“네. 번거롭겠지만 계단 손잡이를 잡고 올라 갈 수 밖에 없습니다.”

나는 한 달 간 깁스를 한 일로 장애인의 마음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 부모님 역시 “그 전엔 휠체어 탄 사람을 눈여겨보지 않았지만, 아들이 다리를 다치게 되니 그들에게 공감하고 장애인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다”고 말씀하셨다. 또 취재를 통해 장애인 편의시설을 갖추지 못한 학교에도 예산 문제 등의 사정이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특수학급이 없는 학교에도 장애인 편의시설을 갖춰 장애인 학생은 물론 일시적으로 장애가 생긴 학생들도 안전하게 다닐 수 있었으면 좋겠다.

글=박제하(고양 신일초 6) 학생기자, 감수=이경희 기자 dungl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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