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겨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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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그날 이후』의 위격이후 「핵겨울」의 충격이 휘몰아쳤다. 『그날 이후』는 최근 미국 TV에서 방영된 핵전쟁영화다. 그것은 핵전쟁의 비극을 설명하는 말이 되었다. 하지만 「핵겨울」은 핵전쟁이 일어나면 자연계가 파괴되고 춥고 어두컴컴한 겨울이 몇 달동안 지속되어 결국 전인류가 사멸하는 상황을 설명한다.
미국 코널대학의 천체물리학자「칼·세이건」의 예언이다.
그는 이미 국내TV에서도 소개된『우주의 역사(코스모스) 』시리즈의 해설자로 잘 알려져 있다.
지금 각국이 보유하고 있는 핵폭탄의 3분의l만 폭발해도 그「핵겨울」(nuclear winter)은 지구에 파멸적인 기상효과를 촉발한다는 전망이다.
소련과학원의 기후모델부장 「퓰라디미르·알렉산드로프」도 그에 동의한다. 핵전후에는 인류가 지금 즐기고 있는 생태학적 거주지는 지구에 존재할 수 없다는 확인이다.
미·소의 과학자가 일치된 견해를 보인 것은 좋았지만 그것은 불행하게도「끔찍한 예상」이었다.
미국 지구물리학회주최의 핵반대집회에 참석, 토론한 4명의 미국과학자와 4명의 소련과학자가 모두 비관적이었다.
스탠퍼드대학의 인구학교수「폴·에리히」는 낙진과 연기가 몇 달동안 햇빛을 차단, 세계적인 기온 급강하를 초래해서 인간은 물론 동·식물을 절멸시킬 것이라고 예언했다.
그것만이 아니다. 방사능, 독성 스모그, 가뭄도 치명적이다.
『생태학적 기반을 없애는데는 어둠만으로도 충분하다』고 한다. 깊은 대피호에 숨어 있던 생존자들은 밖에 나와봐야 별수 없기 때문에 다만 죽을 시간만 연장하는데 그치고 만다.
그러나 「세이건」의 경고는 더욱 가공한 것이다. 한 나라가 선제공격을하고 공격받은 나라가 반격하지 못하더라도「운명의 날」은 닥치게 마련이다. 핵공격은 그 자체가 자살행위이기 때문이다.
캘리포니아공대의 지질학교수「트머스·아렌스」는 그날의 참혹상을 지구 생성사에 비유해 설명했다.
6천5백만년 전 지구는 거대한 운석과 충돌한 적이 있다. 그때 지구의 동·식물은 90%가 사라졌다. 공룡의 갑작스런 멸절도 그때 일어났다.
핵전쟁의 위험성은 어제오늘 이야기된 것은 물론 아니다. 하지만 위기를 조장하는 조짐들이 근래 심화되는 느낌이 있다.
작년에 미국의「재크·가이거」교수는 원자료학지에서 「히로시마비극의재현」을 경고했다. 최근소련의 핵전쟁 피해보고서는 전면핵전때 인류의 3분의1이 사멸한다고 예측했다.
또 『그날 이후』의 방영은 두려운 인류의 미래상을 미리 보여주었다.
그러나 지금 과학자들은 인류의 절멸을 가져오는「핵겨울」을 공공연히 예상하게 되었다.
무서운 시대에 살면서 다만 채연자야하기만 해야할지 생각해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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