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 의무교육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9면

오랫동안 우리 국민과 교육계의 여망이었던 중학교 의무교육의 실시를 눈앞에 두고 그계획을 백지화하느냐. 변경하느냐는 논쟁이 벌어진 것 같아 실망과 안타까움을 금할 길이 없다.
정부는 당초에 오는 85년부터 중학교 의무교육을 면 지역에서부터 단계적으로 시작하여 91년에는 전면적으로 완성해 나간다고 공약한바 있다. 이러한 약속은 82년의 일인데 1년밖에 안된 지금에 와서 그 계획을 실시할 수 없다고 하니 어리둥절할 수밖에 없다.
82년부터 교육세를 목적세로 신설할 때만 하더라도 정부는 85년부터 중학교 의무교육을 실시할 것이라는 희망적인 정책을 국민에게 제시하였고, 그랬기 때문에 국민들은 교육세를 부담하는데 타당한 이유가 있다고 생각했다.
의무교육을 실시하는데 막대한 예산이 소요된다는 이유를 들어 그 계획을 백지화하려는 태도에 대해 문교부측에서는 국민과의 공약을 이행해야 한다는 이유에서 절충안을 내 놓았다. 이 절충안은 학부모가 반을 부담해서라도 85년부터 의무교육을 실시하자는 내용이다.
즉 학부모가 의무교육소요액의 66.7%를 부담하고 정부는33.3%를 부담함으로써 의무교육 소요경비 1조7천64억원 중 5천6백82억원 만을 정부가 부담하자는 안이다.
결국 「의무교육은 무상으로 한다」(헌법29조3항)는 헌법정신에 위배하는 반의무교육·반무상교육인 셈이다.
중학교 의무교육의 백지화나 반무상의무교육이 공익을 위반한다거나 헌법에 위배된다는 이유를 접어두고 서라도 중학교의무교육 실시는 너무나 당연한 이유가 많다.
우선 우리는 지금 선진국가로 향해 발돋움하고 있다. 매스컴을 통해 시시각각으로 전달되는 눈부신 경제성장의 보도를 접하고 있으면 선진을 향한 우리의 모습을 절실히 실감하게된다.
86년·88년도의 올림픽 주체국가로서 국민소득 1천5백달러를 상회하고 있으면서도 중학교의무교육을 실시할 경제력이 없다고 한다면 선진국가로서의 발돋움에 균형을 잃게된다. 오늘날 국민소득 1천달러 이상의 국가로서 중학교 의무교육을 못하고 있는 나라는 우리나라를 포함해서 멕시코·베네쉘라·그리스 뿐이다.
오늘날 저개발국가에서만이 초등교육만을 의무교육으로 실시하고 있다. 우린 저개발도 아니고 중진도 아닌 선진의 대열로서의 체모를 갖추어나가고 있는 이 싯점에서 「정개발국형」교육제도는 하루속히 탈피해야할 국민적인 과업이 아닐 수 없다
둘째 우린 정의로운 사회를 실현할 필요에 직면하고 있다. 정의로운 사회는 모든 국민이 행복을 추구할 최대한의 인간적인 대우에서 비롯된다. 모든 국민이 처해있는 경제·사회적인 배경에 관계없이 행복을 설계하고 희망적으로 생을 영위할 기본적인 보장을 해야한다..
오늘날 의료보험제도를 만들고 의무교육기간을 연장하고있는 선진국가의 정책은 사회복지정책이 바로 정의로운 사회의 기초가 된다는 이념 때문이다.
1, 2차 대전에 패망한 일본이 9년제의 의무교육을 1947년도부터 시작한 것은 경제·사회적인 폐허위에서의 정책이었다. 그들은 균등한 교육을 보장하여 복지사회를 건설하려 하였고 학교급식법을 규정하여 모든 청소년에게 학교에서 빵과 우유를, 먹인 것이다. 일본이 오늘날 세계 대국의 반석을 이루어놓은 그 기초는 9년간의 의무교육과 깊은 관계가 있었다고 본다.
현재 학부모가 부담하여 중학교에 다니는 취학률은 97%라고 한다. 그래서 정부에서는 이미 모든 청소년들이 중학교에 다니고 있으니 의무교육을 법으로 규정하여 무상교육을 할 필요가 있느냐는 것이다.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보고있는 것만이 모두는 아니다. 중학교 수업료 제출기간에 학교를 방문해 보라. 돈 없어서 설움받고 학교에서 제촉받는 학생이 적은 숫자가 아닌 것을 알게된다.
13∼15세의 청소년들이 국가에서 보장하는 교육을 받을 수 있게된다는 것은 밝은 사회를 보장하는 정의로운 사회의 뿌리가 된다.
셋째 우리는 교육수준이 높은 문화국민으로서 자처하고 있다. 우리국민 개개인이 가진 교육에의 집념은 어떤 의미에서 신앙에 가까울 정도까지 도달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잘살아보자는 우리의 염원 때문에 우리는 경제제일주의의 정책을 펼쳐왔다. 콩나물교실에서, 노후한 교실 속에서 한강변의 기적적 경제성장을 이룩한 것이다.
그러나 오늘날 이러한 경제적 급성장이 가져온 부수적 병폐 때문에 많은 진통을 겪고 있다. 이제 와서 국민의 교육을 외면한 경제제일주의의 정책을 뼈아프게 반성하기도 한다.
한 국가의 발전의 정도를 경제·정치·군사적 측면에서 평가할 수 있다. 그러나 국민에게 교육받을 수준을 높이고 교육받을 기간을 연장해나가는 교육정책은 정치·경제적인 발전을 약속하게되고 궁극적으로 국민의 문화수준을 높일 수 있는 첩경이 된다는 것을, 생각할 때 중학교 외무교육의 실시는 너무나 중요하고 타당한 것이다.
우리가 주장하는 중학교 의무교육은 취학률 1백%를 보장하기 위한 목적이 아니다. 그 이상의 가치를 복지사화의 실현, 정의로운 민주시민의 육성, 저개발형 교육제도의 탈피, 문화시민으로서의 진정한 발전에서 찾아야 한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