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사를 짓겠다고 떠난 제자의 편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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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종례를 끝내고, 모두가 돌아간 교실 창밖은 네가 보내준 편지만큼이나 다슨 햇살로 반짝인다.
졸업을 1년도채안되게 남겨두고 불현 학교를 그만두어야 했던 어려운 속사정은 훗날, 너를 기억해 줄 사람들이 그래도 용기를 잃지 않으려는 행동이었다고 인정하게 될는지도 모르겠지만, 그보다 그동안 학교를 떠나 농촌에 묻혀 땀 흘리며 새로운 삵의 세계를 가꾸며 살아간다는 건강한 너의 소식을 읽고, 내심 얼마나 기뻤는지 모른다
그때, 지친 모습으로 나틀 찾아와 면목없다는 한마디를 던지고 총총히 떠나던날, 개나리 만발한기숙사앞 뜨락에 함께 앉아서 자신에게 닥친 역경에 대해 부정적 태도를 보임으로써 자신의 가능성을 스스로 포기하고 파멸의 길로 치닫게 되어서는 안될거라는 이야기를 대게 일러주었지.
넌 다만 울음을 삼킨 목소리로 모든게 숙명이라고 했었던가?
K군
너의 글을읽고, 어쩌면 의미있는 삶이란 자발적의지로 터득한 자세를 갖고 올바르게 살아가는데서 발견할수 있으리라는 생각을해보았다.
그리고 성실하게 살아가기 위하여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너의 긍정적인 결의로 미루어 분명 소담스러운미래가 약속되리라 믿는다.
다만, 너의 영농에의 결의가 무작정이 아니라 온전히 자신의 뜻에 의한것으로 끝까지 밀고 나가는한 말이다.
그래, 너의 말처럼 우리 모두가 마라토너일지도 모르고, 그렇다면 중요한것은 출발점보다 도착점이라 할수 있겠지?
차츰 어두워지는 것이 이제 교실 문을 잠그고 귀가할 준비를 해야 할까보다.
또 소식 주마. <너를 아끼는 담임선생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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