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8>성인병|배가나온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2면

우리사회에서는「배가 나왔다」는 의미가「돈이 많다」또는「사회적인 지위가높다」는 뜻으로 통용되어 온것이 사실이다.
며칠전 50세된 부인이 진료실을 찾아왔다.
설명인즉은 그동안 잘먹어 살이 찐것까지는 어쩔수 없으나 피부병 치료를 위해 장기간 피부약을 먹었더니 더욱 비대해지면서 배가 너무나와 견디기가 힘들다는 호소였다. 진단결과 이 부인은 일반적인 비만뿐 아니라 피부약, 즉 스테로이드라는 약을 너무 많이 복용해서「쿠싱씨질병」이 생긴 환자였다.
「배가 부르다」또는「배가 나왔다」할때의 의학적 이유를 살펴보자. 그전에 한마디 할것은 배가 나올수록 수명은 짧다는 점이다. 배가 나왔다는 사실을 보통은 허리띠로 느낀다. 또 심한 경우는 호흡이 거칠어겨서 느끼게도 된다.
중년기 이후에는 누구나 조금씩 배를 구성하는 근육이 늘어나 나오게 된다. 그러나 배가 나왔다, 또는 부르다는 것을 느낄정도라면 보통은 다음의 5가지 이유중의 하나가 원인일때가 많다. 이를 영어로는 5F라고 표시한다.
첫째는 지방이 배에 끼는 경우다. 이러한환자는 배의 근육을 잡아보면 즉시 알수있다. 특히 과식으로 비만증이 있는 경우에 흔히 보게되는 증세다. 이런경우는 많이 먹지말고 운동을 통해 배의 기름기를 제거하게 되지만 심한 경우는 지방제거를 위한 복부수술을 하기도 한다.
둘째는 가스가 찬경우를 들수있다. 이는 너무빠른속도로 식사를해서 음식에 공기가 많이 섞여들어가는것과 심리적으로 불안하여 자꾸 음식이나 음료수를 먹을때 역시 공기가 함께 들어가는 경우다.
이외에 혈액속에 칼륨이온이 부족할때는 장이 막히거나 움직이지 않게되어 배가 나오는 수도있다.
앞의 이유로 배가 나올때는 음식을 조금씩 천천히, 오래 씹어먹는 습관을 기르면 증상이 없어지며 칼륨을 공급해주는 경우도 있다.
세째로는 배에 물이 괴는 질환이다. 배가 나온 이유가 물이 괴는 때문일 경우는 대개 중환을 의미한다. 원인으로는 간의 이상이 흔하다. 간자체의 염증으로인한 간경화증·간암등에서 배에 물이 괸다. 또 복막에 생기는 결핵, 여자에서는 생식기계통의 암등이 원인이 될수있다. 물이 괴었을때 환자 스스로 알기엔 좀 어렵지만 물이 괴면 배꼽이 뒤집혀서 튀어나온다거나 양옆구리가 불룩 튀어나올때 몸의 위치에따라 배의 튀어나온 모양이 달라진다.
진단은 X선을 찍든가 주사기로 물을 뽑아서 하게되며 치료는 원인에따라 달라지지만 간경화증·간암등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치료가 가능하다.
네째로는 대변이 차는 경우다. 이는 주로 노인에게서 볼수있는데 하도 변비가 심해서 대변이 밖으로 나가지 못하면 배가 불러진다. 치료는 대변을 배설시켜주면 된다.
윤방부<연세대 가정의학과>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