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경협의 새 전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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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레이건」미국대통령의 방한을 계기로 양국의 경제협력관계도 한층 심화될것으로 기대하는것은 너무나 자연스럽다.
한미 양국은 이미 오래전부터 긴밀하고 협조적인 경제관계를 유지, 발전시켜온 적으로 미루어 앞으로도 그런 호혜적 협력관계가 지속될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그러나 이같은 양국 경제협력의 확고한 기반에도 불구하고 최근 수년간 통상을 비롯한 몇몇 개별 분야에서 양국간의 견해 차이가 노출되어 지속적인 경제협력의 심화에 장애가 되고 있음을 보게 된다.
이번 방한이 안보협력에 역점을 둔 것인만큼 경제분야의 사소한 부문별 의견차이가 모두 해소되기를 기대하는것은 무리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번 방한이 양국 관계의 모든 범주에서 상호 협력의 원칙을 다짐하는 계기가 될것이므로 양국간의 경제현안들도 호혜와 자유무역의 원칙 아래 포괄적으로 타결되기를 기대한다.
양국의 현안과제중 우리의 가강큰관심은 양국간의 통상 확대를 저해하는 보호장벽의 완화와 기술·자본협력문제가 될 것이다. 우리측이 1차적으로 제기하고 해결해야할 문제는 내년말로 시효가 끝나는 일반 특혜관세의 연장 문제일 것이다.
이 문제는 양국 무역의 지속적인 발전과 국내 경제안정의 측면에서 매우중요한 당면 과제이므로 이번 방한기간중 어떤 형태로든 원칙적인 합의나 양해가 이루어지기를 기대한다.
이 문제가 비록 미국의회의 권한에 속하고 있지만 양국의 특수한 경제협력 관계에 비추어 정부 베이스에서 최대한 외교적 노력을 기울여야 할것이다.
우리 경제가 비록 개도국으로서는 모범적인 실적을 보이고 있다하나 과중한 외상 부담과 2차 석유파동 이후 산업구조 개편과정에서 여러 어려움에 직면해 있기 때문에, GSP의 철폐는 우려에게 크나큰 타격이 아닐수 없다. 또 하나의 주요 관심사는 점증하는 미국의 보호장벽이다. 무역 적자의 누적과 함께 연간 2, 3건에 불과하던 미국의 대한 수입규제가 올들어 이미 15건으로 급증하고 있다. 이미 수입이 규제되고 있는 품목이 7개에다 반덤핑제소와 불공정 거래등으로 계류중인것도 9개가 넘는다. 우리의 주종 수출품목인 섬유·전자등도 이미 46%가 쿼터등 각종 규제하에 묶여 있고 신발류, 컬러TV, 타이어등은 자율규제를 실시중이다.
물론 우리로서는 무질서한 대미 수출이 제기하고 있는 여러 문제들을 경친해서는 안되며 정부와 업계가 자율적으로 자제하는 노력이 지속돼야한다.
그러나 미국측의 수입규제가 경우에 따라서는 경제적 합리성 보다는 경쟁력을 잃어가고 있는 자국산업 보호나 노조의 압력에 더 크게 영향받고 있음은 매우 유감스런 경향이 아닐수없다. 미국의 방대한 국내 시장과 한국의 수출 잠재력으로 보아 이같은 경제외적 근거의 무역규제는 장기적으로 보아 미국경제에도 도움이 되지않는다.
양국 무역의 불균형이라는 문제도 일본이나 대만·홍콩등과 비교할때 미국이 주장하는 만큼 심각하다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작년까지도 거의 균형에 가까왔고 올들어 발생한 12억여달러의 미국적자도 일본의 2백억달러나 대만과의 45억달러에 비하면 무시할만한 수준이다.
미국측도 이미 오래전부터 30여품목의 수입개방을 우리측에 요구한것으로 알려져 있다. 수입 자유화와 개방정책을 추진하고 있는 우리로서는 지나치게 폐쇄적인 입장만 고수하기 아려운것도 사실이나 무역불균형 시정이라는 단기적 목표 때문에 성급한 수입개방이나 자유화를 앞당겨 실천하기 어려운 사정임을 잊어서는 안될것이다.
양국 무역관계의 진정한 발전은 여러 현안에서 나타난 단기적 지엽적 관심사들을 당장의 이해가 아닌 장기적 구조적 관계심화의 차원에서 해결해 나감으로써 가능하다는 점을 거듭 강조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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