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문진보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나의 선친은 때때로 고문진보속의 제갈공명의 출사표, 도연명의 귀거래사, 소동파의 적벽부 등을 목청을 돋우어 외셨다. 특히 만년에는 고독을 달래심인지 밤이면 방의 불을 끄고 짐작컨대 자식들의 안식을 확인한뒤에 오는 평온한 마음에서 밤이 깊도록 나직한 음성으로 중국 대문장가의 글과 불경등을 외셨다.
나는 이런 분위기에서 출판이란 직업과 더불어 60세 한평생을 보내는 처지(출협사무국장직을 포함한 최근 20년간은 현대 출판의 홍수속에 둘러싸여 있었다)에서「고문진보」를 틈나는대로 읽게 되었다.
문장은 그것을 쓴 사람의 인품이다. 이 책에는 열가지 체(형식)의 시 2백17수와 17체 67편의 문장이 수록되어 있다. 중국한대 이후 약 천년사이의 고매한 인격자들의 작품집으로서 자구마다 심오한 사상이 담겨진 참으로 보배(진보)인 것이다.
나는 밤이 깊도록 이 명시문들을 외며 진지한 흥을 돋울 재질을 타고나지 못한것이 한이긴 하지만 이책을 통하여 넓고 깊은 동양의 정통사상의 근원을 이해하는데 게을리 아니할 생각이다. <전출협사무국장>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