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인상·직종, 궁합 맞춰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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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 2. 정경환(25)씨는 물류업체 취직을 희망하고 있다. 정씨는 현재 제약회사 자재관리직에 합격한 상태다. 그는 "그냥 제약회사에 다닐지, 다시 물류업체에 문을 두드릴지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주 교수는 "눈매를 봤을 때 성격이 꼼꼼할 것 같다"며 "제약회사도 무난하지만 본인이 희망하는 물류업체에서 일하면 더 잘할 것 같다"고 조언했다.

자신의 인상에 관심을 갖는 구직자가 부쩍 늘고 있다. 채용 담당자들이 면접과 서류전형 등에서 인상을 중요한 평가기준으로 보기 때문이다. 본지는 구직자 4명의 동의를 받아 주선희 교수, 취업정보업체인 커리어의 이우곤 컨설팅본부장과 함께 이들의 인상과 적합한 직종을 분석했다. 그 결과 자신의 인상에 맞는 회사를 공략하면 취직 가능성도 그만큼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인상이 취업에 중요한 건 사실이지만 구직자의 노력에 따라 이를 바꿀 수 있다고 조언한다.

실제로 기업 인사담당자들은 신입사원 전형에서 지원자의 인상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잡코리아가 9월 사원 면접에 참여한 경험이 있는 면접관 1056명에게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85.9%(907명)가 '인상을 채용 기준으로 고려한다'고 답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채용 업무를 오래 담당하다 보니 인상만 봐도 지원자의 특성을 알 수 있다"며 "단정하면서 신뢰감을 주는 사람이 우리 회사와 잘 맞는 것 같다"고 말했다. 신세계백화점 인사팀 임병선 부장은 "서비스업의 특성상 지원자의 인상이 당락에 큰 영향을 미친다"며 "외모가 튀거나 개성이 너무 강한 지원자는 탈락시키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이에 비해 구직자들은 인상의 중요성을 잘 모른다는 것이 취업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인크루트 신상훈 국장은 "지원서에 붙이는 증명사진도 아무렇게나 찍어 보내는 구직자가 많다"며 "기업은 서류전형 때부터 지원자의 인상을 평가한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인상이 좋지 않더라도 이를 극복할 방안은 많다. 지난해 말 병원 서비스직에 취업한 이모(30)씨는 눈꼬리가 위로 올라가고 입술이 얇아 주위에서 "첫 인상이 차가워 보인다"는 말을 들어 왔다. 이씨는 채용면접에서 자신의 인상을 거꾸로 이용했다. 그는 면접관들에게 "인상은 차가워 보이지만 성격은 싹싹하다"고 말했다. 이씨는 "솔직하게 알리고 이를 극복하려 노력한다는 점이 좋은 평가를 받은 것 같다"고 말했다. 건설회사 기술영업직에 취직한 신모(28)씨는 면접장에서 팔굽혀펴기를 했다. 갸름한 얼굴에 마른 체형인 그는 "인상과 달리 성격이 활발하고 체력도 좋다"고 말해 취업 관문을 뚫었다. 이우곤 본부장은 "인상이 좋지 않은 지원자가 자신의 노력으로 이를 보완하면 더 좋은 점수를 받는다"며 "자신의 인상을 잘 분석한 뒤 그에 맞는 취업전략을 짜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글=홍주연 기자 <jdream@joongang.co.kr>
사진=최정동 기자 <choijd@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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