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북괴관계|일보 더 후진확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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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파리의 한국대사관이 랭군참사의 책임을 들어 대북괴단교를 선언한 버마당국의 결정과 이에대한 한국정부입장을 프랑스외무성에 전달한 지난4일 이후 주말이 겹쳐서인지 프랑스정부는 아무런 논평을 하지않고 있다. 그러나 프랑스조야가 대북괴시각에 큰변화를 가졌을 것은 쉽게 짐작할 수있다. 81년5월 「미테랑」대통령의 사회당정부 등장후 한불간의 현안으로 남아있는 프랑스의 대북괴승인문제를 염두에 둘때 프랑스조야의 예상되는 시각변화는 이문제처리에 상당한 변수로 작용할 공산이 있다.
『모든 나라와 외교관계를 갖는게 프랑스정부의 기본방침』(81년10월「피에르·모르와」수상)이고 사회당정부가 이원칙을 수정한일이 없기 때문에 프랑스의 북괴승인문제는 물론 원칙상의 전제로 남아있다. 그러나 지난 2년반동안 사회당정부가 이 원칙을 행동으로 옮기지 못한것은 원칙과 현실의 차이 때문이었다. 공익과 경제적 실리가 외교를 리드해온 프랑스의 전통으로 보아 사회당정부가 원칙(이상)만으로 이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는 일이었다.
사회당정부요인들이 그동안 정부방침은 건드리지 않은채 『한불간 기존 우호협력관계는 앞으로도 변함이 없을것』(81년10월 「셰송」외상), 『양국의 기존관계가 더욱 발전적으로 계속되길 희망 한다』(같은해 「모르와」 수상) 는 등의 말만을 되풀이했던 것도 이런 맥락에서 나온 것이었다.
이같은 프랑스정부입장은 82년2월 파리를 방문한 노신영외무장관과 만난 「셰송」 외상에 의해 다시 천명됐고 같은해 8월 방한때도 「셰송」 외상은 『아무런 결정도 내려진바 없다』고 북괴승인문제에 대한 사회당정부의 입장을 밝혔다.
그는 또 『한국의 안정을 더 해치는 결정을 한다는 것은 프랑스정부로선 생각할수 없는 일』이라고 말해 가까운 장래에 북괴를 일방적으로 승인하는 일이 없을 것임을 시사하기도 했다.
북괴승인 문제를 둘러싼 한불간의 미묘한 씨름은 지난5월 「미테랑」 대통령의 북경방문을 전후해 악화되는 기미가 다소 없지 않았으나 프랑스측의 해명으로 곧 원상회복된 일도 있다.
당시 프랑스 언론들은 대부분 북괴를 20여배 압도하는 한불간의 교역량, 한국의 경제발전과 프랑스의대한경협진출가능성등을 들어 사회당정부의 북괴승인 움직임을 『허상을 잡으려다 알맹이 놓치는 처사』『무력적화통일을 획책하는 가공할 인권탄압국가 북괴와의 수교는 어불성설』등이란 말로 회의를 표시하고 신중을 기하도록 촉구했으며 지금도 같은 견해를 펴고있다.
더우기 랭군참사를 계기로 파리언론들이 68년 북괴무장공비의 청와대기습기도, 74년 육여사저격사건등을 상세히 보도, 테러집단 북괴의 모습을 소개한 일은 프랑스 대북괴인식에 상당한 영향을 주었을 것으로 보인다.
프랑스정부가 취할수 있는 조치들-「남북한교차승인과 유엔동시 가입을 전제로한 북괴승인」 「지스카르정부때의 정책유지」 「북괴일방승인 결정 유보 관망」-가운데 사회당정부는 지금 마지막의 결정유보, 관망소치상태에 있고 또 이같은 상태가 언제까지 지속될것인가는 미지수다.
이런 시점에서 버마당국의 대북괴단교결정이 한불간의 이 미묘한 문제에 어떤 모습으로 영향을 줄지도 알수없다.
그러나 이번 미얀마정부의 결정이 프랑스의 「관망」 입장을 더 장기화시켜줄 가능성이 많다는 점은 현재로서 예측이 어려운 일이 아니다.
사회당정부가 기본원칙의 수정까지는 아니더라도 세계 모든 민주국가의 지탄을 받는 국제범죄꾼 북괴와의 수교문제를 다시 서둘러 꺼낼것으로는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사회당 안에서 북괴승인을 주장하는 북괴로비 세력들도 더이상 이를 요구할 명분과 얼굴을 잃었다고 봐야할것 같다.【파리=주원상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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