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화 수법으로 삶의 욕망 드러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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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제 7 회 이상문학상 수상작인 서영은의 『먼 그대』는 이 상의 이름에 걸맞게 특이한 작품이다. 그렇지만 작품의 줄거리를 문제 삼고자 하는 독자에겐 이 작품이 매우 평범하게 보일것임에 틀림없다. 문자라는 이름의 직업여성이 있다. 무슨 이유에선지 유부남을 사랑하고 아기까지 낳았다. 그 남자는 냉혹한 악종이어서 아기까지 뺏어갈 뿐 아니라 수시로 찾아와 돈을 갈취해 간다. 그럴수록 문자는 자기만의 삶의 의의를 찾아낸다는 것이다.
이작품은 두가지 점에서 특이한 독법을 필요로 한다. 첫째 우화적 수법으로 씌어졌다는점 우화에는 합리성이 큰 몫을하지 않는다. 삶의 설명 불가능한 진실을 뛰어넘기 위해 고안된 장치이기 때문이다. 둘째 깊이 감추어진 삶의 욕망의 드러냄이 이 작가의 특유한 방법이라는 점. 끊임없이 자기를 연금화시켜 마침내 자기가 손대는 모든 것이 순금으로 변하게끔 하는 존재를 찾는 행위가 이 작품의 참주제이거니와 그것은 우리에게 시련을 주는 신의 존재일 터이다. 그 시련이 흑독하면 할수록 순금 부분이 증대된다.
그런데 좀더 주의깊은 독자라면 이 작품이 종래 우리 소설의 주류에 대한 일종의 비판의 형식임을 눈치챌 수 있을 것이다. 반영론이라든가 리얼리즘계의 소설과 이 작품은 매우 먼거리에 있다. 그 때문에 특이한 광채를 내고 있다.

<문학사상두간· 3백23페이지·3천원>
김광직(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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