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성원의 '우등생 엿보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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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를 하다보면 교과서도 활용하고 문제집도 활용하고 단어장이나 노트를 사용하기도 한다. 그런데 시험을 잘보기 위해서는 내가 무엇을 아는지 보다 무엇을 모르는지 알아 내는 것이 더 중요하다. 만일 문제집을 열심히 풀었는데 100문제 중 90문제를 맞추고 10문제를 틀렸다고 하면, 90문제는 다음에 또 맞출 가능성이 높다. 나에게 더 중요한 것은 틀린 10문제의 발견이다.

중등 교육과정에서 시험을 보는 이유는 모르는 것을 줄이고 아는 것을 늘리기 위함이다. 이를 위한 좋은 방법으로 나는 카드를 활용할 것을 권한다. 꾸준히 모르는 내용을 카드로 만들어서 공부하는 것은 매우 효율적이다. 상담이나 공부원리 세미나를 통해 학생들에게 카드를 이용하여 공부하는 습관을 들이게 한 결과, 상당한 집중력과 기억력의 향상 효과를 보았다. 학생들 스스로도 카드를 사용하여 공부함으로써, 외우는 것이 즐거워지고 효율이 높아짐을 알게 되어 자신감이 생기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유아시절, 한글 공부나 더하기 빼기를 할 때 사용하던 카드를 중고생이 되어서 이용하지 말아야 할 이유가 없다. 도구는 인간의 힘을 덜어주는 좋은 수단이다. 모든 공부를 책과 노트를 이용해서 해야 한다는 생각을 버리고, 카드를 사용해서 효율을 높이는 공부를 하자.

카드를 활용했을 때 얻을 수 있는 장점은 다음과 같다.
첫째,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을 분리할 수 있어서 모르는 것을 반복하는데 더 많은 시간을 들임으로써 시간을 효율적으로 분배하여 사용할 수 있다. 이것은 책을 들여다보면서 공부할 때는 가질 수 없는 커다란 장점이다.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을 평소에 분리해 놓으면 특히 시험을 앞두고 공부할 때 모르는 것에만 집중할 수 있어 매우 효과적이다. 자신이 공부한 것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장점도 있고 모르는 것이 줄어들기 때문에 적절한 시험계획을 세울 수도 있다. 일단 나의 학습 정도를 정확히 알 수 있는 것이 계획을 세우는 첫번째 단계인 것이다.

둘째, 시험 전날이나 시험 당일에 무엇을 공부해야 할지 고민하지 않고 평소에 잘 준비해 둔 카드만 꺼내서 공부하면, 단기기억력을 최대한 활용하여 시험에 응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나는 고3 수험생 시절 학력고사를 볼 때 이 방법을 사용해서 상당한 효과를 보았다. 시험을 치기 전날이나 당일날 새로운 것을 익히려고 시도 하는 학생이 많은데 이것은 상당히 좋지 못한 습관이다. 새로운 것을 알아야 한다는 부담감과 광범위한 내용에 질려 지레 포기하는 경우가 생기거나 자신감이 상실되기도 하기 때문이다. 이때 카드를 가지고 공부를 하면 좀더 적극적으로 시험준비에 임할 수 있는 여유가 생기게 된다.

셋째, 자투리 시간이나 이동하는 시간을 이용하여 공부할 경우 카드를 활용하면 상당한 집중력이 생긴다. 들고 다니기 편한 카드를 사용해 틈틈이 공부한다면 의외로 많은 시간을 공부할 수 있다. 특히 시험이 얼마 남지 않은 학생들의 경우 시간활용 여부가 성적 향상의 관건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공부시간을 늘이기 위해서 잠을 줄이는 어리석은 행동을 하지 말고 카드를 사용해서 잠깐 짬나는 시간을 잘 활용하고 저녁시간이나 주말에는 오히려 휴식을 취할 수 있는 현명한 학생이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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