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정, 공공택지 원가 공개 추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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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우리당 정장선 제4정조위원장은 이날 "당정이 택지개발사업과 공기업 경영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이 같은 원칙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그는 "법적 근거를 마련하기 위해 가급적 연내에 택지개발촉진법 시행규칙을 개정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원가 공개의 구체적 방법에 대해 정 위원장은 "토지 분양 단계에서 용지매입비.조성비.인건비.이주대책비.판매비.간선시설비 등 주요 항목에 대해 예시가격(예정 원가)을 공개하는 방안 등을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택지는 일반적으로 조성 중간단계에서 분양되기 때문에 최종 원가를 정확히 산정하는 것이 매우 어렵다"며 "따라서 '평당 땅값 총액이 얼마'라는 식의 공개가 아닌 항목별 공개가 더 타당하다는 주장이 있다"고 덧붙였다.

당정은 일차적으로 토공.주공을 대상으로 토지원가 공개를 추진한 뒤 각 지자체의 택지개발 담당 공공기관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키로 했다. 정 위원장은 "지방의 경우 택지 가격이 높지 않아 큰 문제가 없다"며 "대상이 확대되더라도 수도권을 제외하면 별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건설교통부 관계자는 "이미 택지 수요자에게 사실상 공개하고 있는 조성원가를 몇 개 항목으로 나눠 일반에도 공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지금도 택지조성원가는 토공.주공이 조성원가의 60~85%에 공급하는 임대주택 용지 가격을 환산하면 알 수 있다.

당정의 이번 방침은 3일 토공에 대한 법원의 첫 토지원가 공개 판결이 내려지는 등 사회 분위기가 바뀌고 있는 것과 무관치 않다. 정 위원장도 "원가 공개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강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여당 관계자는 "택지원가 공개는 결국 아파트 분양가 인하로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토지공사 유성도 택지사업1처장은 이에 대해 "공사로선 당정이 방침을 확정하면 언제든지 따를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토공 내부에는 "공공택지 조성원가를 공개하면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것"이라는 반발이 많다.

토공의 한 관계자는 "공공택지 원가를 공개하면 필연적으로 아파트 분양원가 공개로 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건설업체 가운데 상당수가 그간 땅값 미공개를 이유로 아파트 분양원가 공개에 반대해 왔기 때문이다. 토공 관계자는 "우선은 공공 아파트가 대상이 되겠지만 결국 민간 아파트로 확대될 것이고, 이 경우 위험 부담률이 높아져 아파트 건설이 급격히 위축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선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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