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총 회장 수억원 횡령혐의 수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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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한국예술문화단체총연합회(예총) 비리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김경수 부장검사)는 이성림(여.60) 예총 회장이 수억원을 횡령한 단서를 잡고 수사 중이라고 4일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예총은 기부금을 받은 사실이 없는데도 B산업개발에서 1억원, Y씨에게서 5000만원을 받은 것처럼 허위 영수증을 발급했다. 또 일부 기업체들의 기부금을 영수증 처리하지 않고 회계 장부에서 누락했다는 것이다.

검찰은 또 이 회장 등이 기업들에서 받은 기부금의 30%를 리베이트 명목으로 받아갔으며, 수령자가 제3자인 것처럼 꾸민 사실을 밝혀내고 이 회장을 소환 조사할 방침이다.

검찰은 이날 공금을 빼내 개인적으로 사용한 혐의(업무상 횡령 등)로 예총 경리과장 박모(45.여)씨를 구속했다. 박씨는 2000년 6월 예총 계좌에서 300만원을 빼내는 등 2002년 2월까지 25차례에 걸쳐 1억8200여만원을 유용한 혐의다. 한 달에 1000만원꼴로 돈을 빼돌린 셈이다.

박씨는 횡령한 돈을 유흥비 및 일제 혼마 골프채와 미제 스킨스쿠버 다이빙 장비, 가전제품 등을 구입하는 데 썼고, 아파트 융자금을 갚는 데도 사용했다고 한다. 검찰 관계자는 "예총은 4개월째 직원들에게 급여를 주지 못하는 등 횡령으로 인해 자금난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 예총은=예술.문화인들의 친목과 권익 옹호를 위해 1962년 설립된 단체로 각종 경축일과 예술제 개최, 예술인의 복지사업 및 창작 지원 등이 주요 사업이다. 이 회장은 지난해 1월 취임했다. 예총은 96년 정부보조금 165억원으로 서울 양천구 목동에 회관 건물을 새로 짓기 시작했지만, 공사 로비 의혹이 불거지면서 민.형사 소송에 휘말리는 등 9년째 파행을 거듭하고 있다.

장혜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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