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마 범인인도등 성의 보일 의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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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전두환대통령 일행을 겨냥한 암살 폭발사건의 진상을 규명하기의한 한·버마 합동조사반의 활동이 11일부터 본격화되었다. 사건의 정확한 전모는 양국합동조사반의 수사결과로 밝혀지겠으나 지금까지 북괴의 개입이 확실시되는 이번사건의 처리결과가 주목되고 있다. 74년 북괴의 대남 파괴집단인 조총련과 그들의 사주를 받은 문세광에 의해 대통령 영부인을 잃었던 우리국민은 당시 이사건의 재일 배후조종인물과 집단에 대한 확증을 제시하고도 수사공조국이었던 일본으로부터는 이들에 대한 실질적 법적제재조치를 받아내지못한경험을 기억하고있다. 버마 아웅산묘소사건은 「8·15저격사건」과는 장소만 다를뿐 사건성격은 외교적 또는 국제법상의 유사점을 갖고있다. 『악마의 팔을 잘라 버리겠다』-. 78년3월11일 팔레스타인 게릴라들이 이스라엘버스를 습격, 민간인 37명이 사망하고 80여명이 부상하는 테러를 했을때 이스라엘 「베긴」수상은 이렇게 외쳤다. 그리고 3일후인 14일 이스라엘은 레바논을 침공, 팔레스타인 게릴라기지를 쑥밭으로 만드는 보복을 감행했다.
세계의 여론과 국제정치무대는 유혈의 악순환을 되풀이하는 보복의 드라마를 비난했다. 그러나 「베긴」의 보복외침은 그만큼 국제테러리즘에 대한 실정국제법상의 제재가 미약하다는 것을 반증해준 것이었다.
일부 평화애호주의자나 학자간에도 국제법이나 조약이 날로 늘어나는 국제테러리즘방지에 무력하다는점을 인정하고 있다.
미CIA보고서에 따르면 68년1월1일부터 75년12월31일사이에 모두 9백13건의 국제테러사건이 기록되고 있다. 유괴 1백23건, 인질감금 21건, 각종 폭발물사용 3백75건, 무력공격또는 기습이 95건, 항공기·기타 교통기관 탈취 1백37건, 방화 59건, 암살 48건, 기타 45건이었다. 그러나 이들 각종 테러사건은 78년에 1친5백11건, 초년엔 3천여건으로 급증했다.
이보고서는 테러사건에 관한「국제적 속박」은 비교적 약체이며 효과를 보지못하고 있다고 지적하고있다.
유엔총회가 70년10월24일 채택한 「제국간의 우호관계및 협력에 관한 국제법의 원칙에 관한 선언」은 제1절에서 『모든 국가는 다른나라에 대한 테러리스트행위를 조직·선동·지원 혹은 참가하는 것, 또는 협박·실력행사를 수반하는 행위의 주체를 위해 자국영토내에 조직된 활동을 묵인하는 것을 삼갈 의무를 진다』고 되어있다.
이는 유엔이 당면한 국제테러리즘에 대한 예방결의였다. 그러나 이 선언은 위반에 대한 법적 제재력을 처음부터 갖고 있지않다.
이 선언외에 테러리즘문제를 어떤 형태로든 취급한 국제협정은 지금까지 5개가 있다. 그것은▲동경조약 (항공기내에서의 범죄및그밖의 특정행위에 관한 조약) ▲헤이그조약 (항공기불법점거 진압에 관한 조약)▲몬트리올조약 (민간항공기안전에 반하는 불법행위의 진압에관한 조약)▲미주기구조약 (대인범죄의 형태를 띤 테러리즘행위와 관련된 강제적행위의 방지및 처벌에관한 조약) ▲외교관을 포함한 국제적인 보호아래있는 인물에대한 범죄의 방지및 처벌에관한 유엔협정(73년12월조인·77년발효)등이다.
이 마지막 유엔협정은 올림픽등 국제행사를 맞아 우리나라도 지난4월 가입했으며 보호되어야할 인물에대한 특정범죄행위가 그나라의 국내법에의한 범죄로 다스려지게 된다.
문제는 이 조약에 혁명단체나 민족해방단체지원에 열심인 국가나, 북괴처럼 폭력혁명수출을 일삼는 단체가 가입하지 않고있고 어느 조약에도 테러리스트의 인도와 기소를 조인국의 자유재량에 맡긴다는 조항을 두고 있다는것이다.

<문세광사건>
74년8월15일 문세광의 대통령저격사건이 발생하자 일본은 즉각 한국정부와 공조수사를 시작했다. 일본수사당국은 문세광에게 여권을 위조 발급하는데 도움을준 「요시이·유끼오」 를 여권법위반렴혐의로 구속했을뿐 문의 배후조종인물인 조총련정치부장김호용과 조총련중앙회장한덕수등은 우리수사당국의 확증을 제시받고도 「심증은 굳혔으나 증거포착은 못했다」는 이유로 처벌을 안한채수사본부를 해체했다.
당시 국내학자들은 한일간에 범인 인도조약이 맺어져있지는 않지만 상호주의에 의해 범인인도를 요구하는것은 일반적 국가간의 관행이며 또 이에응하는것이 예의 또는 도의적의무라고 주장했었다.
또 「국가원수와 그 가족에대한 살해행위는 정치범으로 보지않는다」는 국제관례에 따라 정치범의 개념을 도입할수없고 김호용의 국적은 「한국인」으로 간주되어「자국민부인도의원칙」이 적용되지않음을 지적했었다.
그런데도 일본은 끝내 증거불충분을 내세워 김등 배후인물의 처벌이나 신병인도를 거부했던것이다.

<버마의 책임>
타국민에대한 수사권발동이나 타국에서의 수사활동이 「외교적 용납」을 벗어나 행해질때 이는 타국의 주권을 침해하는 행위로 간주되고 있다. 그러나 이번 사건의 경우 책임을 통감한 버마당국의 요청으로 공조체제를 유지하게됐다는점에주목되고있다.
수사주체인 버마당국은 이번 사건에서 국제법상 지켜야할 「상당한주의」를 다하지못한 책임을 지고 범인색출과 인도에 성의를 보여야할 입장이라는 것이다.
그것은 자기나라가 타국의 중대한 이익을 침해하는 테러행위의 장소로 사용되었고 이를 방지하지못한 위험책임 내지 결과책임을 면할수 없다는게 국제법학자들의 견해다.
또 수사결과 북괴의 개입이 밝혀질땐 책임자를 색출, 직접 처단하거나 우리나라에 인도해야한다는 주장이다. 국제법상 그 범죄자가 외교관일경우 「기피인물」(Person Non Grata)로 추방할수밖에 없다고하더라도 이경우 역시 예외로 취급되어야한다고 주장하고있다.
손해배상의 방법으로는 국제관례상 「만족을 주는 조치」가 통용되고있다. 특정된 구체적내용은 없으나 사죄를 구하는 사절단파견·공식사과·불법자의 국내법처벌등은 말할것도없다. <고정웅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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