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 방중 격식 놓고 신경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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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이달 19일 중국을 찾는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의 방문 형식을 두고 미국과 중국이 또다시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중국은 부시 대통령의 중국 방문이 '국빈(國賓)' 방문 형식이 아닐 경우 최소 '공식(正式)' 방문 형식은 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에 반해 미국은 '간단한 형식의 방문'으로 격식을 낮추자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고 홍콩 피닉스 TV가 3일 보도했다.

9월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의 미국 방문 때도 양국은 후 주석의 방문 격식을 놓고 갈등을 빚은 바 있다. 당시 중국은 '국빈 방문' 격식을 요구했으나 미국이 실무 성격의 방미를 요구해 양국 간에 한동안 승강이가 벌어졌다. 결국 후 주석은 유엔 총회에 참석하는 실무 차원의 형식으로 미국을 다녀왔다.

중국은 이번 부시의 방중 길을 최대한 공식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유는 부시의 방중이 후진타오 주석을 핵심으로 하는 제4세대 중국 지도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미국과의 우호 관계를 대내외에 과시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 때문이다. 베이징의 한 외교 소식통은 "미국과의 우호 관계를 국내외에 보여주려는 차원에서 중국은 부시의 방중을 하나의 좋은 기회라고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일각에선 후 주석이 세계 최강국 미국 대통령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모습을 보여줘 집권 이미지를 강화하려는 것으로 풀이하기도 한다. 이 같은 중국의 의도에 미국이 고분고분 따라주지 않는 모습이다. 한 베이징 소식통은 "미국이 중국에 대해 아직 일정한 거리를 두려고 해 양국 간에 불협화음이 생기고 있다"고 분석했다.

베이징=유광종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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