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직자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지난9일 버마의 랭군 아웅산 국립묘지에서 불의의 폭발사고로 비명에간 지위의 순직자 유해가 11일 환국했다.
조국의 발전과 번영에 기여하고자 이역만리에 갔다가 광기에 찬 테러범들의 만행에 의해억울하게 숨진 순직자들이다. 이들의 말없는 환국을 맞는 국민들은 슬픔과 통분을 다시한번 삼키며 옷깃을 여미고 고인들의 명복을 빌었다.
오열하는 유족들의 슬픔은 말할것도 없지만 순직자들 생시의 공적과 그들이 앞으로 우리국가 발전에 미칠 커다란 힘의 상실이라는 의미에서도 국민들의 애석한 정은 한량이없다. 정치·경제·외교등 담당분야에서 고인들은 이나라의 중추적역할의담당자였다. 국내외적으로 어려운 시련과 도전에 직면할 때마다 그들은 이시련과 도전을 극복하는데 결정적인힘이 됐다.
정통파 경제관료였던 고서석준부총리는 경체팀의 총수로 물가안정과 수차례에 걸친 경제개발계획의 견인차역할을 해왔었다. 고이범석외무부장관은 대담한 결단력과 특출한 화술의명수로 남북대화에서 북괴의 터무니없는 강변을 설득력있게 압도했으며 비동맹·한방외교의 산파역을 맡아 뚜렷한 발자국을 남겼다. 「독일병정」이라는 별명이 붙을정도로 매사에 빈틈이 없고 책임감이 강한 정통파외교관출신이었던 고김동휘상공부장관은 이란에서 「팔레비」정권이 무너지는 그혼란기에 현지대사로서 대사관을 지키고 국교관계를 지속시키는데 희생적인 봉사를 한 공인으로서의 귀감적인 존재였다.
고 함병춘대통령비서실장은 박동선사건과 주한미군철수문제로 한미관계가 역사상 유래없이 어려웠을때 주미대사를 지내면서 이를 다시 원만한 관계로 전환시키는데 전적인 역할을 발휘했다. 학자출신의 외교관으로 국제적인 명성을 떨치기도했다.
김재철 청와대경제수석비서관은 제5공화국의 경제정책 입안자로 오늘의 경제안정을 이룩한 브레인이였다. 이밖에 여러 희생자들도 일일이 열거할수 없지만 각자 맡은 직책에서 맡은바 임무를 성실하고 활기차게 소신을 갖고 수행했던 이나라의 인재요 동양이었음을 모두가 인정하는데주저함이 없었다.
이 아까운 인물들의 참변에 반신반의하던 가족과 국민들은 이제 그들의 말없는 환국을 보며 다시한번슬픔과 애석함에 눈물만 흘릴뿐 할말을 잃었다.
국화꽃 향기에 묻혀 서울대학병원에 안치돼 있는 이들 순직자 유해앞에 분향과 오열의 행렬이 그치지않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언제까지 슬퍼하고만 있을수 없다. 그들의 업적에 대한 추모의 정이 깊으면 깊을수록, 그들에 대한 기대의 상실이 애석하면 애석할수록 우리는 냉정을 잃지 말아야한다.
이제 눈물을 거두고 울분과 격정을 식혀야 할때이다. 슬픔을 딛고일어서 다시 새로운 삶의 활력을 되살리고 앞일을 생각해야 할 것이다. 그러는것이 순직한 고인들의 뜻을 저버리지 않고 잇는 길일 것이다. 다시한번 고인들의 명목을 빌며 유족들에게 심심한 애도와 위로를 보낸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