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회 삼성화재배 세계바둑오픈’ 두터움을 이용한 구리의 초토화 작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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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회 삼성화재배 세계바둑오픈'

<16강전 하이라이트>
○ . 구리 7단(중국) ● . 이창호 9단(한국)

녜웨이핑(攝衛平)-마샤오춘(馬曉春)-창하오(常昊)-구리(古力). 중국의 1인자 계보다. 이중 녜웨이핑 9단은 조훈현 9단에게 무너졌고 마샤오춘과 창하오 9단은 이창호 9단에게 연전연패하며 무대 뒤로 밀려났다. 그 다음 등장한 인물이 구리 7단이다. 이창호 9단은 마샤오춘.창하오에 이어 구리까지 중국 바둑의 일인자 '3대'와 대결하고 있다.

구리는 호방하고 거침없는 기질을 지닌 22세 청년이다. 그는 지금 '타도 한국'의 국가적 사명을 안고 한창 한국 바둑에 도전 중이다. 지난해 삼성화재배 때는 준결승에서 이세돌 9단에게 꺾였다. 그러나 얼마 전 벌어진 LG배에선 준결승에서 이세돌을 꺾었다. 구리는 동갑인 이세돌을 최대의 적수로 생각하는 눈치다.

장면1=백의 구리는 좌변 흑을 맹공하여 중앙에 세력을 얻었고 그 세력을 배경으로 우변에 74로 달려들었다. 흑은 75로 다가온다. 전국적으로는 흑의 실리가 돋보인다. 그러나 최고수들의 눈에 비친 현재의 형세는 팽팽하다. 이제부터 배경이 좋은 백은 상대의 공격을 겁낼 필요 없이 흑집을 마음놓고 유린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백의 다음 수는 어디로 향해야 할까.

장면2=구리 7단은 우변 74를 방치한 채 우하귀를 78로 곧장 파고들었다. 79로 막자 80으로 끼어든다. 80으로 '참고도'백1, 3으로 두는 것은 흑10까지 두 점을 잃고 금방 실리 부족에 빠지게 된다. 80~84는 최선, 최강의 수였고 흑A엔 백B의 패로 맞서면 된다. 두터움이란 이렇게 위력적이다. 우변에서 우하에 걸친 흑의 집모양이 쉽게 사라지며 팽팽한 형세가 이어지고 있다.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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