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당한 사유 없는 대기발령 정신적 고통 위자료도 줘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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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고용주가 정당한 이유 없이 사원에게 보직을 주지 않았을 경우 회사근무를 하지 않았더라도 급여는 물론 정신적 고통에 대한 위자료까지 지급해야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이같은 판결은 중동경기가 식으면서 건설회사 등에서 살빼기작전의 하나로 사원들을 대기발령 형식으로 보직 없이 전보시켜놓고 스스로 사직토록 하는 수법이 성행하는 실정에 비춰 이에 제동을 건 판결로 지적되고 있다.
더구나 일자리 없이 노는 기간에 입은 정신적 고통에 대한 위자료까지 인정해준 것은 현실적 손해인 급여지급만을 인정해준 종전의 판결보다 한걸음 앞선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서울민사지법합의7부(재판장 최종백부장판사)는 7일 이영욱씨(가명·서울 방배동 무지개아파트)가 경남기업주식회사(대표 신기수·서울 인현동2가 151의1)를 상대로 낸 급여 등 청구 소송에서 이같이 밝히고『피고 경남기업은 원고 이씨에게 급여 1천16만원과 정신적 고통에 대한 위자료 2백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피고 회사는 장기간 보직을 주지 않음으로써 원고 이씨에게 정서적 불안과 갈등을 안겨주었고 사회적 체면과 긍지에 손상을 초래케하는 등 정신적 고통을 주었으므로 금전으로나마 위자할 책임이 있다』고 밝혔다.
원고 이씨는 81년5월 피고 경남기업 해외사업본부 개발부장으로 입사한 뒤 81년7월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시에 있는 중동지사 업무부장으로 발령 받아 근무하던 중 이듬해 2월 본사 해외사업본부로 전보 발령돼 귀국했다는 것이다.
귀국후 회사측은 이씨의 여려차례 보직결정 요구에도 불구하고 뚜렷한 이유 없이 앉을 자리조차 마련해주지 않았고 3월부터 12월까지 10개월 동안 일체의 급여도 지급하지 않았다는 것.
이에대해 피고 경남기업 측은 회사인사규정에『직무를 수행할 능력이나 성의가 현저히 부족한자는 보직을 해제하며 대기발령 받은 날로부터 3개월이 경과한 날에 당연 퇴직된다』고돼있고 급여규정에는『직위해제기간 동안에는 계속 출근 근무해야 본봉이라도 지급토록 되어있어』회사측에 급여 지급 책임이 없다고 맞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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