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리엄·골딩」의 작품세계|「인간본성」탐구로 일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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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윌리엄·골딩」은 오래 전부터 소설문학의 현대적 건축가인「헨리·제임즈」 「콘래드」 「카뮈」 「그레이엄·그린」, 그리고 「포크너」등과 같이 인간정신의 갈등문제와 깊은 연관성을 맺고있는 악의 신비를 『파리대왕』등 작품을 통해 끊임없이 탐색해 왔다. 그래서 그의 문학적인 주제는 한마디로 요약해 인간이 내면세계에 지니고있는 악과 그것이 지닌 신비에 관한것이다.
60년대 중엽에「샐린저」의 걸작소설 『호밀밭의 파수꾼』을 대체시킬 만큼 선풍적인 인기와 찬사를 가져와 끝내는 노벨문학상을 그에게 안겨준 그의 작품세계의 구심이 되는『파리대왕』의 주체를 두고 그는 『사회의 결함을 인간성의 결함으로 추적하려는 노력』이라고 말하고, 『사회의 형태는 개인의 윤리적 성격에 달려있는 것이지 어떤 정치체제에 달려있는것은 아니다』라고 지적한바 있다. 「윌리엄·골딩」은 악은 인간의 본질적인 존재에서 일어난다고 느끼고 문명은 인간의 자연적이고도 탐욕적인 야만적 성향과는 완전히 싸워 이길수 없다는 논리를 그의 다양한 상징적 체계속에 전개시키고있다.
그는 인간이 창조한 문명이란 다만 그의 도덕적 인식과 더불어 인간 내면에 있는 우주적이고도 원시적인 요소를 제한할 정도라고 보았다. 그래서 「골딩」은 현대사상의 중심적인 문제인 「인간성의 본질과 사회에 있어서의 그것의 반영」문제를 공격하기 위해서 심리분석학자·인류학자·사회심리학자, 그리고 철학적 역사학자들이 발견한 모든 지식을 총동원하고 있다. 『파리대왕』은 「악의 왕자」,즉 오물과 썩은 고기를 주재하는「밀턴」적인 신을 나타내는 것으로서「프로이트」가 말한 「이드」 (ID)와 같은 암흑에 대한 상징이 될 수 있겠다.
「윌리엄·골딩」 이 『파리대왕』 에 나오는 주인공처럼 그의 전쟁경험 (2차세계대전) 을 통해 악의 현실을 배우게 된 것은 그에게 인간성 가운데 있는 암흑이 인간적인 개성을 삼키려는 위협을 하고있는 비개성적인 어떤 힘이란 지식을 그에게 가져다주었다. 「골딩」 은 이른바 인간의 딜레마, 즉 이성과 정열의 적대관계, 또 인간의 자아를 이성과 양심의 고조로 가치를 부여하는 반면, 그것이 부여한 짐으로부터 해방되고자하는 자유에 매력을 느끼는 현실을 발견했다.
그는 그의 출세작 『파리 대왕』과 그의 다른 소설작품을 통해서 자연적인 것과 인간적인 것이 인간 가운데 함께 공존하고 있는 매듭을 풀려고 노력하고 있다. 「골딩」에게 있어서 인생이란 하나의 과정이다. 그래서 그 자신이 밝힌 것처럼 인간은 인생을 자기자신의 목적과 필요성에 맞도록 수정하고자함이 없이 카오스 상태의 존재와 공존하기를 배워야만 한다. 인생은 복잡한 증식되는 경험으로 이루어져있다. 그러므로 그것은 어떤 마지막 해결책을 거절한다.
그러나 그는 지성을 인간이 지니고 있는 탁월한 기능으로 보았다. 그래서 「골딩」은 그가 가장 값지다고 생각하는 인간의 전성에 관한 연구를 가능하게 하는 것이 지성이란 사실을 명백히 밝히고 있다.
그에 의하면 인간은 그의 성격을 고칠 수는 없다. 그러나 그것을 의식하게는 할 수 있다. 그래서 이러한 의식 가운데 인간의 최고업적과 인간으로서의 기쁨이 존재한다.
결론적으로 「골딩」의 작품은 인간성의 이해를 통해서 지성, 즉 인간의 내면가운데서 지워버릴수 없는 암흑에 인간의 얼굴을 쓰게 하고 인간의 이름을 가지게 하고 재확인 하는것이다.
이를테면 『파리 대왕』은 마지막 재난으로 몰아가는 인간의 무모하고 저돌적인 행위를 예언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내면가운데서 개별화·개성, 그리고 책임을 허용하는 인간의 고유한 빛의 힘을 발할 수 있도록 「순진한것에의 종말」을 고하게 하는 것이다.【이태동=서강대교수.영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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