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슴도치와 빚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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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우리 속담에『고슴도치 의 걸머지듯』이라는 말이 있다. 힘겨운 빚을 지고 있는 사람을 두고 하는말이다.
우리나라의 외채는 82년말 현재3백72억달러. 세계 5대 채무국 가운데 브라질,멕시코,아르헨티나 다음으로 제4위. 우리의 다음 나라가 베네쉘라.
그러나 외채는 세계 몇위가 문제가 아니라 고슴도치인가, 아닌가가 문제다. 가령 황소같은 나라는 맷돌을 지고 있은들 문제될 것이 없다.
전문가들은 외채의 문제를 두가지 기준으로 분석하고 있다. 하나는 외채를 얼마나 걸머질수있느냐 하는 「어깨의 힘」문제다. 다른 하나는 외채를 갚을 능력이 있느냐 하는 「속주머니 사정」의 문제다.
우선 우리나라의 어깨힘부터 재보자. 82년말의 외채 3백72억달러는 우리 GNP(국민총생산)의 56·4%다. 원리금을 갚은 액수(상환액)는 82년말로 60억달러. 이 원리금을 상환하기 위해 82年 경상수입의 50% 이상을 지출했다. 경상수입이란 그 해의 재화및 용역수출액을 말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는 여전히 많은 외자가 필요하다. 5차계획 기간중 우리나라는 매년 약60억달러를 신규 차입해야한다.
여기에 외채의 구조도 분석해볼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 외채중 변동금리의 외채는 60%이상이다. 국제금리가 바뀔 때마다 부담액도 변동한다 .가령 1983년말을 기준으로 국제금리가 1%포인트만 올라도 우리 외채는 2·7억달러의 추가부담이 생긴다.
다음은 외채를 갚을 능력, 곧 우리나라 경제의 「속주머니 사정」이다. 이것은 우선 대외신용도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대외 신용도는 경제적인 지표와 비경제적인 요인이 포함된 지표를 말한다.
「경제적 지표」를 재는데는 여러가지 전문적인 방식들이 적용되고 있다. 그 가운데 가장 현실적인 방식이 미국 수출입은행의「연체(연체)위험 모델」(Probavility of Rescheduling).
이것은 우리나라의 수출,수입 국내총생산, 물가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국민의 근면성, 기업의 생산성향상이 왜 중요한가를 알수 있다.
결론은 향후 5년안에 우리나라는 채무 재조정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것이다. 이 점에선 안심이다.그러나「안심」에 찬물을 끼얹는 것은 그 기본자료가 7O년초의 것으로, 제2차 오일 쇼크 이후의 상황변화가 반영되지 않은 점이다.「비경제적 요인」으로는 「유러머니」라는 경제잡지가 작성(82년 9월호), 발표한 「컨트리 리스크」 지표가 있다. 우리나라는 대상국 1백27개국중 34위. 괜찮은 편이다.
그러나 우리 앞엔 아직도 우리 어깨를 무겁게 만드는 요인들이 있다. 향후의 경제운용계획, 수출전망, 세계 경기회복 전망등이 그것이다.
최근 KDI (한국개발연구원)는 우리의 외채를 분석하며 소비절약을 통한 국내 저축의 증대를 권고하고 있다. 이것은 가계와 기업과 정부가 모두 귀담아 들어야할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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