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쓰시타전기 성장 키워드 비밀 '이노베이션 경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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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쓰시타전기(松下電氣)를 창업한 마쓰시타 고노스케(松下幸之助)는 경영의 신이자, 일본 국민이 가장 존경하는 경제인으로, 현재에 이르기까지 일본 국내를 비롯하여 해외의 수많은 경영자에게 귀감이 되는 존재다.

창업자 고노스케가 사망한 후, 그가 세운 마쓰시타전기는 서서히 침몰해 가기 시작했다. 소니의 평면 텔레비전에 패하는 등 가전왕국의 자존심이 구겨졌고, 살아있는 경영 신화도 무너져갔다.

1962년 마쓰시타전기에 입사하여 2000년 6월 사장에 취임한 나카무라 구니오는 마쓰시타라는 복잡하고 거대한 시스템을 분해하여 21세기형으로 재조직했다. 그가 사장에 취임하고 5년이 되지 않아, 버블이 붕괴한 1990년대 초반부터 부진을 면치 못하던 마쓰시타전기가 살아나고 있다.

창업정신만 고이 간직하고 옛 모습을 완전히 벗어버린 것이다. '고객 제일'을 모토로 회사를 경영하고 있는 나카무라 사장은 "당연한 일을 당연히 행한다"는 정신을 멈출 줄 모르는 혁신의 원동력으로 삼고 있으며, 이를 확실히 하기 위해 '한 사람이 이끄는 마쓰시타'가 아니라 '사원 한 사람 한 사람의 마쓰시타'로 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역설하고 있다. 즉, 마쓰시타전기는 이미 'Mr. 마쓰시타의 회사'가 아닐뿐더러 더 나아가서 '나카무라 구니오의 회사'도 아니라고 선언하고 있다.

부진의 늪에 빠져 있던 계열사부터 과감히 정리한 나카무라 구니오는 창업주 마쓰시타 고노스케의 허상 또한 파괴했다. 마쓰시타전기는 오랜 기간 'Mr. 마쓰시타 고노스케의 회사'였으며, 기업에 가장 잘 적응한 사람이 경영자로 선택되었다.

그러나 기존의 룰 속에서 성공해 온 사람은 룰 자체의 문제점을 깨닫기 힘들었다. 또한 창업자가 결정한 사항은 쉽게 바꾸면 안 되는 터부와 같은 영역으로 존재했다. 위대하여 범접하기 어려운 마쓰시타 고노스케의 허상이 절로 움직이는 바람에 개혁을 저해하는 존재가 되고 만 것이다.

마쓰시타 고노스케와 같은 큰 별 아래에는 실권자는 있어도 자립한 경영자가 자라기는 힘든 법이다. 창업자의 크고 짙은 그림자에서 빠져 나오기까지 야마시타 도시히코를 비롯한 다니이 아키오, 모리시타 요이치, 나카무라 구니오까지 4대에 걸친 사장이 필요했다. 이 계보는 마쓰시타 경영자 탄생의 궤적이다. 물론 기업을 사회적 존재로 인식하고, 가족을 후계자로 계승하지 않은 고노스케의 올바른 선택이 뒷받침된 것은 두말 할 나위가 없다.

"말수가 적고, 기가 약하며 내성적인 데다 골똘히 생각하며 잔걱정이 많은 5중고의 사람"이라고 자신을 표현한 나카무라 구니오는 사장으로 취임한 후 회사가 최대 적자를 내자, 곤경에 빠졌다. 실적이 늘어나지 않자 회사를 재기시킬 것이라는 나카무라 사장에 대한 주위의 기대는 곧 실망으로 바뀌었다.

그러나 그는 곧 3개년 중기경영계획(창생 21)을 발표하고 고노스케가 확립한 사업부제를 해체하고, 사업영역을 개편하는 등 낡은 체제를 파괴하는 데 힘을 쏟았다. 또한 연구개발, 설계 혁신과 셀 생산 도입, 비용을 감축하는 등 구조개혁에 나섰다. 그 결과 구조조정을 단행하고 뛰어난 제품을 개발해 무력한 존재로 잊혀져 가던 85년 역사의 마쓰시타를, 연구 자료가 될 만큼 훌륭한 회사로 다시 바꾸어 놓았다.

'마쓰시타전기=마쓰시타 고노스케'라는 이미지는 이제 급속히 엷어지고 있다. 역대 사장이 이루지 못했던 개혁을 신임 사장 나카무라 구니오는 어떻게 달성할 수 있었으며, 어째서 그 파괴력은 다른 사람보다 강력했는지를 이 책은 설명한다.

저자는 니혼게이자이 신문의 베테랑 기자로 경력에 걸맞게 방대한 양의 정보와 다양한 에피소드를 생생하게 곁들여 벼랑 끝에 몰린 회사를 기적적으로 살린 혁신경영가 나카무라 구니오의 행적을 풀어놓았다.

■ 저자소개: 모리 가즈오(森一夫)
1950년에 태어나 1972년 와세다대학 정치경제학부 경제학과를 졸업했다. 니혼게이자이 신문사에 입사하여, 산업부 기자, ≪닛케이 비즈니스≫ 부편집장 등을 거쳐 현재 니혼게이자이 신문사 논설부 주간 겸 산업부 편집위원으로 있다. 지은 책으로 『일본의 경영』이 있다.

■ 역자소개: 김창남
한양대학교 화학공학과를 졸업하고, 대기업에서 30여 년간 근무했다. 현재 경제·경영 분야 전문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 『미래 비즈니스를 읽는다』, 『세계를 움직이는 기업가에게 경영을 배운다』, 『'최고의 판매왕'이 되는 와다식 5일 트레이닝』, 『베네통과 시세이도 젊음에게 말한다』 등이 있다.

(조인스닷컴 Join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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