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허업 단속완화 이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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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인간사회의 제반 규법은 상식적인 것이다. 따라서 개개인의 양식과 질서의식에 의해 자율적으로 지켜지는 것이 마땅하다. 그것을 법이나 행정적 간섭에 의해 규제한다는 것은 어떻게 보면 개인의 자율성에 대한 불신이요 행정에 대한 과신일수도 있다.
특히 규제가 도를 지나칠 경우에는 자율적인 실천의지가 무디어지고 자칫하면 규제에 대한 반발로 당초의 양식도 비꼬여 역효과를 낼 수도 있는 것이다.
정부가 관허업소에 대한 지도단속과 처벌을 종래보다 훨씬 완화하는 내용의 「관허업소 및 행정처분제도의 개선안」을 확정한 것은 전적으로 관과 행정에만 의지했던 업소의 운영규범을 자율적인 양식과 서비스정신에 맡기는 것으로 긍정전인 평가를 받아야 할 것이다.
행정적인 지도단속의 중복으로 야기되는 행정력의 낭비와 업자의 불편이나 부담이 가벼워질 것이고 이러한 단속과정에서 있을 수 있는 관과 업자간의 부조리요인도 그만큼 줄어든다는 점도 환영할 일이다. 이쪽저쪽 관련당국에서 수시로 찾아와 영업에 지장을 가져다주던 일도 없어질 것이 기대된다. 또 영업정지처분기간의 단축이나 과태료징수 절차가 대폭 간소화된 것은 업자들의 과실에 대한 자체개선과 재출발의 계기를 신속히 마련할 수 있어 업자들의 손해를 최소한으로 막고 국민들의 편익에도 기여하리라 믿는다. 단속 공무원의 재량권의 남용을 배제한 점도 평가받을만하다.
그러나 이러한 행정적 규제의 대폭적인 완화를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환영하는데는 업자들의 자율성과 양식의 활성화를 전제로 한다.
관허업소란 그 영업행위가 국민의 일상생활에 밀접한 관계를 갖고 그향이 국민보건이나 위생등 광범위하게 미치는 업종이 대부분이다. 따라서 그들은 공중도덕이나 사회질서에 입각한 최선의 서비스정신과 양심적인 운영을 필수요건으로 한다.
이러한 전제들이 관의 지도단속이 완화됐다 해서 이전보다 개선되지 못하고 방만해 진다면 이는 정부가 이런 개선안을 마련한 근본 취지를 등지는 결과가 되고 말 것이다.
행정기관이 현재 관장하고 있는 l백64개 업종 63만8천6백여개 업소 가운데 연평균 16%가 허가취소·정지·시정·경고 등의 행정처분을 받고 있으며, 이 가운데 41.6%가 허가취소 또는 영업정지 같은 무거운 처분을 받아오고 있었다.
이같은 통계숫자는 관의 지나친 지도단속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업소가 규정된 영업행위의 규범을 벗어나 지적의 대상이 됐다는 뜻이다. 만에 하나라도 이번 조처를 악용하여 제멋대로의 영업행위를 하는 호기로 삼는다면 오히려 이용자들의 불평과 원성을 면치 못할 것이다. 그리고 지금보다 더 가혹한 규제와 단속을 불러올 것임에 틀림없다.
자율이란 이를 이행하고 지킬 자세와 능력이 있을 때 가능하고 허용되는 것이지 이를 누리지 못하고 오히려 악용하려 든다면 결국 타율이 지배하게 마련이다. 모든 업소가 일치단결하고 상호 감시를 함으로써 올바른 운영과 국민에 대해 최대한의 서비스 정신을 발휘해주기 바란다.
정부도 개선안을 마련하면서 입법조치가 필요한 부분은 원칙적으로 금년 안에 관련법령을 개정하여 단일화된 감독기능을 보완할 방침이라고 한다. 업자들의 자율능력을 무조건 백안시해서도 안되겠지만 자율을 지나치게 강조한 나머지 업자들을 방치해서도 안될 것이다.
그들이 제대로 자율적인 운영을 하느냐는 지켜보아야 할 것이다. 또 타율의 정성을 극복하도록 제도적인 장치를 마련해줄 필요가 있다고 생각된다. 예를 들어 각 업종별 협회에 1차 적인 지도감독책임을 분담시켜주는 것도 한 방법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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