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 교육 따라잡기] '책 읽어 주는 아빠' 색다른 감성 자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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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수 웅진교육문화 연구원

며칠 동안 아내 없이 혼자 아이들을 돌보게 됐다. 처음엔 놀이터도 다녀오는 등 의욕적으로 놀아줬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자 이내 느슨해졌고, 아이들도 지루했던지 아빠에게 투정을 부리는 등 엉망이 됐다. 직접 아이들과 함께해 보니 더 이상 교육을 엄마 몫으로만 떠넘기고 주변인이 되어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 아이와 함께했던 몇 가지 교육법을 소개해 보고자 한다.

첫째, 자녀와 함께할 수 있는 목표를 세운다. 아빠가 매일 아이들 교육에 참여하는 것은 불가능할지 모른다. 그러나 최소한의 시간을 쪼개 무엇을 어떻게 하겠다는 목표를 만들 필요가 있다. 목표에 맞는 계획을 세워 가족들과 공유해 보자. '주 3회 이상 아이들과 함께하기'등 실천 사항을 정하고 자주 볼 수 있는 곳에 붙여둔다.

둘째, 아이의 유치원 시간표나 학교 준비물을 챙겨 본다. 유치원 시간표나 초등학교 약속장엔 학습과 생활목표, 행사, 친구 생일, 식단표, 준비물 등 시시콜콜한 내용이 가득하다. 이 정보들은 아이와 공통 화제를 낳는 강력한 무기가 된다. 한 번은 유치원 행사 중 '고구마 캐기'가 있었다. 아이에게 "너 금요일에 고구마 캐러 가지"라고 물었더니 아이는 "그걸 어떻게 알았느냐"고 신기해한다. 나는 고구마 캤던 지난날의 추억을 이야기해 줬고, 아이도 다녀와서 아빠에게 자랑이 한창이었다. 이런 반응은 아빠에게 더없이 좋은 기회가 된다. 고구마 생태에 대해 함께 알아보면서 학습도 하고 아이와 친해질 수 있는 기회이기 때문이다.

셋째, 아이와 함께 놀아 준다. 어린이 대상 방송채널에서 아빠에게 꼭하고 싶은 말을 조사했더니 1위가 '아빠, 제발 놀아주세요'라고 한다. 물론 퇴근 뒤 자녀와 놀아 주기란 쉬운 일이 아니지만, 조금만 노력하면 시간은 얼마든지 낼 수 있다. 쉬운 예로 아이들은 밤에 불을 끄고 귀신놀이 하는 것을 무척이나 좋아한다. 아빠가 귀신이 되어 찾아 나서면 아이는 이리저리 숨어다니면서 즐거워한다.

마지막으로 '책 읽어주기'를 추천한다. 보통 가정에서 엄마가 책 읽어 주는 모습은 자주 볼 수 있어도 아빠가 읽어 주는 모습은 드물다. 아빠는 처음부터 무리하게 책 읽어 주기를 시도하기보다 매일 조금씩 읽기 시간을 늘려가는 게 좋다. 특히 아이가 잠자리에 들기 전 10~20분 정도 꾸준히 읽어 주면 차츰 아빠가 책 읽는 모습에 적응해 갈 수 있다. 아빠의 책 읽기는 아이들에게 색다른 감성과 긍정적 자아를 형성해 준다.

김연수 웅진교육문화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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