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견한 세아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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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나에겐 아들이 셋 있다. 이젠 다 자라서 175㎝가 넘는 훤칠한 키들이다. 앞에 세워놓고 길을 걷노라면 대견함이 가슴을 뭉클하게 한다. 어렸을땐 학교에서 돌아오는 시간이 늦어지거나 방학동안에 집을 비우는 일이 잦을 때는 혹시 나쁜 친구를 만나 옆길로 가고 있지 않을까 마음죄며 오늘하루도 무사하기를 마음속으로 기도했었다.
장남은 대학1학년때 군복무를 마치고 다시 복학하였기 때문에 둘째, 세째와 같이 대학을 다녔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이때가 가장 뒷바라지가 바쁘고 내일을 향한 「보람찬」 시간들이 아니었을까. 해가 뜨고 아침이 오면 「엄마 학교 다녀오겠읍니다」를 시작으로 하루의 일과가 시작된다. 나는 집안 일을 되도록이면 빨리 마치고 남보다 저녁시장을 두시간쯤 미리 다녀온다.
아이들이 학교갔다 돌아와서 인사할 때 엄마의 대답이 없다면 얼마나 허전할까를 생각해서다.
모쪼록 몸 건강히 잘 자라서 똑바로 걸어가 주었으면 하는 것이 나의 간절한 소망이었다.
셋을 똑같이 공대로 보냈다. 주위에선 하나쯤은 딴 분야로 보내지 그랬느냐고 할때 나는 조금도 후회 해본적이 없다. 이젠 금년에 졸업들을 해서 제나름대로의 길을 걷고 있다.
장남은 전자산업에, 둘째는 기술장교로, 막내가 얼마 안있으면 군에 입대한다. 나보다 더 윤택하게 잘 기르고 더 훌륭히 출세시킨 엄마들이 얼마든지 있지만 나는 내나름대로 작은 나의 세계에서 꿈을 키웠다.
때론 아빠의 사업 실패로 등록금 걱정으로 밤을 지새운 적도, 거리를 방황한 적도 있었지만 그 어려움 속에서 좌절하지 않고 고비를 넘겨 나갔다. 이제 남은 나의 아들에 대한 소망은 엔지니어로서, 그리고 한사람의 인격체로서 부끄러움 없는 생활을 꾸려나가 주었으면 하는 것이다.
오영숙 <서울 도봉구 하월곡동 88의1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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