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 실력파 음악인들 '무대가 자꾸 좁아지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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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 하늘의 유재하가 읽으면 '우울할 편지'

유재하처럼 작사.작곡.연주.노래까지 다 할 수 있는 싱어송라이터를 발굴해 장학금을 지급하는 게 대회의 목적이다. 유재하 가요제는 비록 떠들썩하진 않지만 음악계에 튼튼한 인맥을 심어놨다. 조규찬(1회 대상), 러브홀릭의 강현민(3회 은상), 유희열(4회 대상), 작곡가로 먼저 이름을 알린 심현보(4회 은상), 불독맨션의 이한철(4회 동상), 루시드폴 조윤석(5회 동상), 자화상의 나원주(7회 은상)와 정지찬(8회 대상), 재주소년의 박경환(14회 동상)이 이 대회 출신이다. 여성 재즈 보컬 말로, 아이리시 월드 뮤직 그룹 '두번째달'의 키보디스트 박혜리, 뉴에이지 피아니스트 겸 싱어송라이터 장세용, 퓨전 재즈 밴드 푸딩의 김정범 등 가요에서 한걸음 비켜 간 장르에서도 이 대회 출신들이 활약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유재하 가요제 출신이라면 일단 실력을 검증받은 것으로 통한다.

이런 대회가 올해 열리지 않는 이유는 간단하다. 돈 때문이다. 대회는 작고한 유재하의 부친이 성금을 기탁해 만든 유재하 음악 장학재단 기금으로 진행돼 왔다. 장학회는 원금에는 손을 대지 않고 은행 이자 수익으로 대회를 열었다. 지난해 열린 16회 대회까지는 간신히 진행했지만 저금리가 문제였다.

대회를 주관하는 메주뮤직의 이훈석 대표는 "올해 대회를 진행하면 원금을 깎아먹게 돼 부득이 2년에 한 번 여는 것으로 변경했다"며 "내년에는 대회를 재정비해 제대로 개최하겠다"고 말했다.

대회에는 매년 250여 개 팀이 지원한다. 데모 테이프나 CD를 제출하는 1차 예선을 통과한 30개 팀은 스튜디오에서 실연과 녹음을 진행하며 평가받는다. 2차를 통과한 10개 팀은 모두 결선 무대에 오른다. 결선에만 오르면 500만원부터 최저 50만원까지 장학금을 확보한다. 총상금만 1600만원. 유사한 가요제 중 상금 규모가 가장 큰 대회이기도 하다. 일례로 최근 EX의 이상미를 배출한 MBC 대학가요제 대상 상금이 300만원이다.

# 이제는 '지난날'이 된 수요예술무대

주머니 사정이 여의치 않아서, 혹은 지방 거주자라 콘서트에 가지 못하는 음악팬 시청자에게는 MBC 수요예술무대는 가장 좋은 벗이었다.

보비 맥퍼린, 알 자로, 어셔, 스콜피언스, 존 맥러플린, 알 디 메올라 트리오, 마커스 밀러, 허비 행콕, 포플레이 등 최고의 뮤지션이 거쳐갔다. 심지어 한국 콘서트는 열지 않아 수요예술무대에서만 만날 수 있는 아티스트도 있었다.

주중 자정을 넘긴 시간대로 밀려나는 악조건을 견디면서도 13년간 명성을 쌓아온 수요예술무대가 폐지된 것도 결국은 자본의 논리다. 방송사 입장에서는 대형 기획사가 만든 가수를 세워 줄 무대를 하나라도 더 확보해야 버라이어티 쇼 등의 출연자를 섭외하기도 쉬운 등 복잡한 이해관계가 얽혀 있다.

수요예술무대 폐지와 유재하 가요제 축소에 대해 한봉근 PD는 "우리 나라는 아직 외국처럼 싱어송라이터가 기본인 시대, 다양한 음악을 즐기는 상황에는 이르지 못한 것 같다"며 안타까워했다. 그는 "꼭 수요예술무대가 아니라도 좋으니 음악적으로 높은 수준을 원하는 시청자가 볼 수 있는 프로그램이 방송 3사를 통틀어 하나쯤은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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