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도세 피하기 '눈속임' 기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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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5면

양도소득세를 줄이기 위한 방법이 쏟아지고 있다.

내년 이후 주택.토지 과다 보유자에 대해 양도세를 무겁게 매기기로 한 8.31 부동산대책 때문이다.

일부에선 세금을 줄이기 위한 편법.불법도 일삼고 있다. 하지만 세무.행정당국이 감시를 강화하고 있어 이런 사실이 적발될 경우 과태료 등을 물게 된다.

요즘 서울 강남권 재건축 단지에는 다른 지역에 전세로 사는 집주인들이 주소를 몰래 옮겨놓은 일이 흔하다. 1가구 1주택 양도소득세 비과세 요건(서울 등 3년 보유+2년 거주)을 채우려는 것이다.

강남구 B공인 관계자는 "양도세를 비과세 받지 못하면 세금을 많게는 1억원 이상 부담해야 해, 불법인 줄 알면서도 위장전입을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로 소형 평형으로 구성된 강남구 A재건축 단지에는 지난달 주민등록 일제 정리기간에 40여 가구가 위장전입 등으로 적발됐다.

인근 Y공인 이모 사장은 "세입자 몰래 주소를 옮겼다가 이를 뒤늦게 알고 항의하는 세입자들과 얼굴을 붉히는 일도 흔하다"고 전했다.

가등기 수법도 쓰인다. 실제 매매를 하면서도 1주택자 비과세 요건을 채울 때까지 매수자의 동의를 얻어 명의를 넘기지 않고 가등기만 하도록 하는 것이다. 용인시 A공인 박모 사장은 "양도세 부담이 너무 무겁자 보유 3년 시점에 본등기를 한다는 조건으로 나온 매물이 있다"고 귀띔했다.

국세청 관계자는 "가등기를 하더라도 잔금을 치렀다면 양도한 것으로 보기 때문에 조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2주택자인 김모(46)씨는 내년 인천시 서구 일대 상가주택의 일부 주거시설을 상가로 바꾸는 공사를 시작할 예정이다. 현재 김씨가 세를 주고 있는 상가주택의 1~3층은 상가, 4층은 주택이다. 주택부문을 상가로 바꾸면 1주택자가 돼 양도세 중과를 피할 수 있어서다.

김씨는 "용도를 변경하는 데 공사비 부담은 되지만 양도세에 비하면 비싼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주거용 오피스텔에선 전입 신고를 하지 않는 조건으로 세를 놓는 주인들이 부쩍 늘었다. 세무당국이 내년 상반기 주민등록이 등재된 오피스텔을 우선 조사한다는 소식이 전해진 때문이다.

서대문구 박모(39)공인 중개사는 "오피스텔을 주거용으로 사용하는 것으로 드러나면 2주택자가 돼 살던 집의 양도세 부담이 무거워지자 업무용으로 위장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일부 오피스텔 주인들은 아예 전입신고를 하지 않는 6개월~1년 정도의 단기 거주자만 요구하기도 한다.

강남권의 한 중개업자는 "업무용 오피스텔로 보이도록 주거용 오피스텔 입구에 회사 간판을 붙이는 곳도 있다"고 전했다.

토지 시장에서도 양도세를 덜 내려는 위장 전입 사례가 있다. 내년부터 외지인의 농지.임야의 양도세가 실거래가로 부과되는 수도권 비투기지역에서다.

가평의 E공인 이모 사장은 "같은 땅이라도 외지인의 양도세 부담이 내년엔 현지인보다 2배 이상 많게 되자 벌써 주소를 옮겨놓은 사람이 있다"고 전했다.

거래 금액을 올리는 업(up) 계약서를 통한 변칙 거래도 기승을 부린다. 매수자가 나중에 되팔 때 양도세를 덜 내기 위해 매도자의 동의를 얻어 미리 거래 금액을 높여 놓으려는 것이다. 이런 업 계약서 작성이 비교적 쉬운 8년 이상 자경 농지만 찾는 투자자도 많다.

충청권 박모(45) 중개업자는 "현행 세법상 8년 이상 농사를 지으면 양도세를 내지 않아도 되는 점을 이용, 매도자에게 약간의 웃돈을 얹어주는 방법으로 업 계약서를 쓴다"고 말했다.

JMK플래닝 진명기 사장은 "거래 금액을 높이더라도 취득.등록세는 실거래가가 아닌 공시지가(시가의 30~50%선)로 낼 수 있어 업 계약서를 선호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박원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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