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호준의 세컨드샷] 요즘 최나연의 고민 “스마트폰 대신 2G폰 쓸까 봐요”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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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3호 23면

2년2개월 만에 우승한 최나연은 2G 휴대전화로 바꾸려고 고민한다고 했다. 지난해 슬럼프라는 보도가 나와 마음의 상처를 입고 인터넷 뉴스를 보지 않으려 했다는 것이다.

 골프 선수들은 요즘 미디어에 불만이 많다. 타이거 우즈는 최근 ‘스키장에서 TV카메라와 부딪쳐 이가 빠졌다’ ‘그런 일 없다’라는 증언이 엇갈려 일부 미디어가 ‘이빨게이트’라고 쓰기도 했다. 기자들에게 “당신들은 다 그렇다(사실과 달리 없는 것을 만든다). 미디어는 원래 그런 것 아니냐”고 했다.

 하와이에서 납치·폭행·강도를 당했다고 주장한 프로골퍼 로버트 앨런비는 “미디어는 피해자인 나를 가해자로 만들었다. 거기엔 친구가 단 한 명밖에 없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했다. 매체가 종이-인터넷-모바일로 옮겨지면서 더 자극적인 보도가 늘어나고 댓글도 자극의 강도가 높아졌다. 최나연은 미디어에 말을 잘하는 선수다. 이런 미디어 프렌들리 선수도 불만이 많다면 뉴스 종사자들이 반성해야 한다.

최나연

 알랭 드 보통의 책 『뉴스의 시대』에서 저자는 “스포츠 스타를 포함한 셀레브리티 섹션을 흥미진진하게 만들되 풍부한 심리학적 해석이 가능하고 교육적으로 가치 있는 고귀한 정신의 소유자들을 반드시 소개할 것”이라고 했다. 공감한다. 버디나 보기를 보도하는 것이 아니라 선수의 마음 깊은 곳의 빛나는 정신을 보여줘야 한다. 보통은 또 “영감을 줄 수 있는 태도나 업적을 가진 사람들을 골라내야 한다”고 했다. 그러기 위해선 천부적인 재능으로 저열한 정신을 숨기고 있는 스포츠기계를 솎아내기도 해야 하며 공정한 게임의 룰을 어기는 선수도 미디어는 밝혀야 한다.

 랜스 암스트롱의 도핑 사건은 조직적인 은폐와 살해위협에도 불구하고 진실을 찾기 위해 헌신한 스포츠 저널리스트에 의해 밝혀졌다. 편파 심판에 아들이 억울하게 당했다며 스스로 목숨을 끊은 태권도 선수의 아버지 뉴스를 봤을 때 담당 기자들의 책임은 없을까 생각했다.

 스포츠 기자가 비리를 파헤치는 사회부 기자는 아니지만 응원단도 아니다. 2002년 한·일 월드컵에서 프랑스 미디어는 우승후보로 꼽힌 자국 축구팀에 찰싹 달라붙어 있었는데 1무2패로 예선 탈락했다. 2006년 독일 월드컵에서 프랑스 미디어는 마치 자국 축구팀이 떨어지기를 바라기라도 하듯 잘못된 부분을 신랄하게 지적했다. 성적은 예상보다 훨씬 좋은 준우승이었다. 건전한 긴장관계가 일방적인 박수보다 좋은 결과를 만든다고 저널리즘 교과서에 쓰여 있다. 그래서 앞뒤가 하나도 맞지 않는 앨런비의 행태를 감싼 미디어의 친구는 진짜 기자가 아닌 것 같다. 그런 골프 기자가 단 한 명밖에 없다는 것이 자랑스럽다.

 타이거 우즈의 해명도 수긍이 잘 안 된다. 그가 이가 빠진 이유는 사생활이어서 캘 필요는 없지만 그가 진실을 말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갸웃하게 된다. 이가 어떻게 빠졌는지에 상관없이 “미디어는 다 그러지 않느냐”라고 말한 부분은 씁쓸하다.

 우즈는 데뷔 시 아널드 파머에게 “미디어와 팬들의 관심 때문에 힘들다. 평범한 스물한 살처럼 살고 싶다”고 하소연했다. 파머는 “통장에 있는 5000만 달러를 돌려주면 된다. 평범한 청년은 통장에 그만한 돈이 없다”고 말했다. 우즈는 돌려주지 않았다.

 스타가 되어 거액이 든 통장을 받으면 미디어 노출에 동의를 하는 것으로 봐야 한다. 더 유명해질수록 더 큰 현미경이 따라다니며 미디어 종사자 모두가 알랭 드 보통처럼 철학적이지는 않기 때문에 선정적인, 때론 뒤틀린 현미경도 많다. 그래도 소통은 해야 한다.

 건전한 스타 문화를 만들기 위해서는 때론 스마트폰을 끄고 사색할 필요도 있다. 그래도 최나연이 2G폰으로 바꾸지 않았으면 한다. 2G폰으론 소통이 잘 안 된다. 최나연은 아직은 휴대전화를 바꾸지 않았다. 최근 최나연과 카톡을 했다.

성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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