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니 부통령 비서실장 루이스 리비 '리크게이트'로 기소될 듯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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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브에 대한 수사는 계속될 것이기 때문에 부시 대통령은 짐을 완전히 벗지 못하게 됐다. 리비가 기소되면 체니 부통령은 시련을 맞을 전망이다. 리비에 대한 재판이 진행되는 동안 체니는 특별검사에게 불려다니고 증언대에도 서야 할지도 모른다.

◆ 왜 리비만 기소되나= 사실 피츠제럴드 검사는 곤란한 입장이었다. 거의 2년간 수사하고도 아무도 기소하지 못할 경우 "세금만 축냈다"는 비난을 받을 상황이었다. 그렇다고 해서 권력 핵심에 있는 인사들을 허술하게 기소할 수도 없는 형편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그는 비교적 쉬운 선택을 한 것 같다. 파문이 상대적으로 작을 리비는 기소하고, 로브에 대해서는 기소 가능성을 살려 놓았기 때문이다.

리비는 대배심에서 "CIA 비밀요원 발레리 플레임의 이름을 기자한테 들었다"고 증언했다. 하지만 그는 체니 부통령으로부터 그 이름을 들은 것으로 밝혀졌다. 명백한 위증이다. 따라서 우선 리비를 위증으로 걸어 놓고 재판 과정에서 나머지 부분을 밝혀 나가겠다는 것이 특검의 전략으로 보인다.

◆ 자세 낮춘 백악관=백악관은 특별검사의 발표에 대해 일절 대응하지 않는다는 방침이다. 부시 대통령은 28일 버지니아의 노퍽 해군기지에서 테러에 대한 연설을 한 뒤 바로 캠프 데이비드 별장으로 주말 휴가를 떠났다. 스콧 매클렐런 백악관 대변인도 28일 브리핑 일정을 잡지 않았다. 일단 여론의 흐름을 지켜보겠다는 심산이다.

◆ 리크 게이트란=신분이 노출된 발레리 플레임은 CIA에서 대량살상무기(WMD) 업무를 담당했다. 그의 남편인 조셉 윌슨 전 이라크 주재 미 대리대사는 2003년 7월 "이라크가 핵무기를 만들기 위해 우라늄을 사들이고 있다는 정보는 엉터리"라는 칼럼을 뉴욕타임스에 기고했다. 부시 행정부의 이라크전이 옳지 않다는 얘기를 한 것이다.

일주일 뒤 친공화당 성향의 칼럼니스트 로버트 노박은 플레임의 신분을 공개하는 칼럼을 썼다. 그 파장은 컸다. CIA 사정에 밝은 고위 인사가 윌슨에 대한 보복으로 의도적으로 정보를 흘린 게 아니냐는 비난이 나왔고, 시선은 로브와 리비에게 쏠렸다. 파문이 가라앉지 않자 그해 12월부터 특별검사의 수사가 시작됐고, 로브와 리비뿐 아니라 부시 대통령과 체니 부통령도 조사를 받았다.

워싱턴=김종혁 특파원

특별검사 피츠제럴드는
마피아 두목 기소로 명성
알카에다 수사서도 활약

패트릭 피츠제럴드(44.사진) 특별검사는 일벌레로 소문 나 있다. 비정치적이고 직선적이며, 주도면밀하다는 소리를 듣는다.

1990년대 초 뉴욕시 검사로 일하던 시절 마피아 두목 존 감비노를 마약거래 혐의로 기소하는 등 대형 형사사건에서 두각을 드러냈다. 93년 미국의 세계무역센터 폭발 사건 때엔 12명의 알카에다 조직원을 처벌했다.

이후 오사마 빈 라덴 일당을 수사하는 팀에서도 활약했다. 98년 케냐와 탄자니아에서 발생한 미 대사관 연쇄폭발 사건도 맡아 처리했다.

그는 아일랜드 이민자의 아들이다. 아버지는 뉴욕 맨해튼에서 수위로 일했다. 그가 자란 곳은 뉴욕시에서 상대적으로 거친 이들이 많은 브루클린이었다. 애머스트 대학에서 경제학과 수학을 전공했으며 이어 하버드대 법대에 들어갔다. 졸업 후 바로 뉴욕에서 검사 생활을 시작했다.

2001년 시카고로 근무지를 옮긴 그는 리처드 댈리 시장의 직원 채용 비리와 조지 라이언 일리노이 주지사의 관급공사 비리를 적발했다. 2003년 12월부터 리크 게이트를 조사하면서도 시카고의 3대 조직범죄 소탕 작전을 펴 8월에 14명을 기소했다. 그에 대해선 "검사 말고는 해 본 일이 없어 세상을 선과 악으로 양분하는 경향이 있다"고 비판하는 사람들도 있다.

이상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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