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강석진 수리과학부 교수 2차 공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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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자와 인턴 등 여학생 9명을 상습적으로 강제 추행한 혐의로 구속기소된 강석진(54) 서울대 수리과학부 교수에 대한 2차 공판이 6일 서울북부지법 형사9단독 박준석 판사 심리로 열렸다. 이날 강 교수 측은 “혐의를 인정한다”면서도 “제자들과 어울리기 위해 노력한 것”이라 주장했다. 그러나 검찰은 “강 교수의 상습적 추행에 관련된 증거들이 있다”며 학생들의 피해 내용을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강 교수의 추행은 일정한 패턴으로 반복됐다. 그는 교수 지위를 십분 활용했다. 강 교수는 여학생들에게 “상담을 해주겠다”며 접근했다. 이후에는 ”내가 잘못한 것이 있느냐“며 잘못을 되묻는 문자메시지를 보내 범행을 무마하려고 했다.

피해자 A씨 역시 상담 때문에 강 교수를 만나게 됐다. 강남에 있는 식당에서 식사를 한 뒤 술을 마셨고, 강 교수가 집에 데려다 준다고 해 함께 택시를 탔다가 추행을 당했다. 강 교수는 A씨를 끌어안고 입맞춤을 했고, 치마 속에 손을 집어넣어 엉덩이를 만졌다. A씨는 “‘사모님한테 얘기한다’고 하니 강 교수의 연락이 끊겼다”고 말했다. 3년 뒤 대학원에 진학한 A씨는 학업을 계속하고 싶은 마음에 강 교수에게 연락했다. 다시 만난 강 교수는 또다시 A씨를 추행했다. A씨는 검찰조사에서 “강 교수가 구제불능이라는 생각이 들어 인사도 하지 않고 집으로 갔다”며 “다시 만난 것이 재앙”이라고 진술했다고 한다. A씨는 결국 학업을 포기했다.

피해자 B씨는 강 교수가 저녁자리로 불러내 원치 않았지만 옆에 앉게 됐다. 강 교수는 취한 척 B씨의 허벅지에 손을 올리고 쓰다듬는 등의 추행을 했다. 이후 B씨가 강 교수를 피하자 그는 “내가 무엇을 잘못했느냐”며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C씨 역시 서울 청담동 식당에서 강 교수에게 강제로 포옹을 당하는 등의 추행을 당했다. 강 교수는 C씨에게 “무릎에 앉아봐라” “한 번 안아보자”는 등의 말도 서슴지 않았다. C씨는 ”가고 싶은 대학원의 교수를 언급하면서 도와주겠다고 해 어쩔 수 없이 가게 됐다”고 진술했다.

강 교수는 이외에도 와인바 등에서 술을 마시며 수차례 여학생들을 추행했다. 한 피해자는 “대학원 학생이기에 부담이 커서 제보가 상당히 어려웠다”고 진술했다.

검찰은 “추행은 주로 강남지역 와인바나 양식당, 일식집에서 일어났고, 강 교수는 범행 후 늘 ‘기억에 없지만 미안하다’는 문자메시지를 보냈다”며 “기억하고 있지만 문제가 될 것을 우려해 무마하려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강 교수가 수사를 받으면서도 자신의 싸이월드에 ‘누구에게 잘 해주든지 어차피 배신 당하는데 예쁜 여자한테 배신당하는 것이 낫다’는 글을 썼다”며 “강 교수가 반성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강 교수에 대한 세 번째 공판은 다음달 18일 오후 3시30분에 열린다.

채승기 기자 ch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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