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련서 "인간성"사랑진건 옛날일 「앙드레·지드」가 살았다면 끔직한 「공중학살」을 보고 무슨말을 할까=홍 사 중 <문학평론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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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우리 눈에 소련은 선택된 국토인 이상으로 하나의 모범이며 하나의 선도자였다. 우리가 한때 꿈꾸던것, 망설이면서도 은근히 바랐던것.
또 우리의 의지며 힘이 목표로 삼고 걸어나가려던 것을 소련이 실현한 것이다. 아니 우리의 유토피아가 실현되어가고 있는 나라가 바로 소련인 것이다.』
모스크바에 도착한「지드」는 이런 설렘을 감출 길이 없었다.
그는 발이 닳도록 모스크바에서 여기저기를 찾아다녔다. 극장도 보고, 문화공원도 보고 공장도 참관했다. 그는 닥치는대로 많은 사람을 만나기도 했다.
과연 그가 본 것, 들은것은 모두 감탄할만 했다.
『소련 이외의 어느 나라에서 인간과 인간의 접촉이 이처럼 손쉽게, 그리고 강력하고도 따스하게 성립되는 곳이 있겠는가…. 어느 나라에서도 이처럼 깊이 그리고 강렬하게 휴매니티의 감정을 느끼게 만드는 민중은 없을것이다.
비록 언어의 장벽은 있어도 나는 지금까지 그처럼 많은 벗과 형제를 내 주위에서 느낀적은 없다….』
그러나 2개월에 걸친 소련여행이 끝날 무렵 그의 흥분은 견딜수 없는 환멸로 바꾸어지고 만다. 『넘치는 듯한 인간애 내지 정의에 대한 세찬욕구가 사람들의 마음을 채워주기를 우리는 열마나 바랐던 것일까. 그러나 한번 혁명이 성취되고 승리를 얻은 다음에 그런것은 문제되지 않게되었다….
나는 생각한다. 지금 어느나라에서 나, 심지어 「히틀리」의 독일에서도 인간의 정신이 이처럼 부자유하고 이처럼 압박받고 공포에 떨고 예속되고 있는 나라가 있겠는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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