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 심리 위축으로 내수 전체가 구조적인 불황에 빠졌다지만 수입차 시장은 ‘무풍지대’다. 지난해 연간 판매량 20만대에 육박했던 수입차 시장은 올해도 두자릿수 성장세를 기록하며 22만대 규모까지 커질 전망이다. 가격 할인, 할부 금리 인하 등 각종 인센티브가 연말에 모두 종료돼 통상 ‘비수기’로 일컬어지는 1월에도 월간 최다 판매량을 갈아치울 정도다.
수입자동차협회(KAIDA)는 1월 수입차 신규 등록 대수가 1만9930대로 집계됐다고 5일 발표했다. 지난해 1월보다는 34.2%, 12월보다는 16.4% 늘어난 수치다. 종전 최다 판매량은 지난해 7월에 기록한 1만8112대였다.
수입차의 내수 점유율도 15% 선을 넘었다. 본지가 수입차 등록대수에 국내 완성차 메이커 5사의 1월 월간 판매량(11만1620대)을 합한 결과, 수입차의 시장 점유율은 15.2%를 기록했다. 2014년 연간 점유율(13.9%)보다 1.3%포인트 높은 수치다. 윤대성 KAIDA 전무는 “1월부터 역대 최다 판매 등록대수를 기록한 건 당초 기대를 뛰어넘는 수준”이라면서 “올해엔 역대 처음으로 연간 판매량이 20만대를 넘어설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국내 완성차 메이커들은 내수 방어에 ‘발등의 불’이 떨어졌다. 한국자동차산업연구소(KARI) 조사 결과, 올해 수입차 시장은 전년 대비 14.6% 성장한 22만5000대까지 커질 것으로 나타났다. 심지어 KARI는 현대자동차 산하 연구기관이다. 현대차마저도 올해 내수 환경을 부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다는 뜻이다.
실제 수치로도 국내 완성차 메이커의 1월 점유율은 부진하게 나타났다. 현대·기아차는 현대차가 38.3%, 기아차는 28%를 기록하면서 지난달에도 시장 점유율 70% 선을 회복하지 못했다.
한국GM도 9%에 그치면서 여전히 두 자릿수 점유율 진입에 실패했다. 자동차산업협회 관계자는 “국내 완성차 5사가 연말 실적 방어를 위해 공격적인 프로모션을 실시한 후 1월에 ‘숨고르기’에 들어간 여파”라면서 “현대차가 투싼과 아반떼 풀체인지 모델을 내놓는 올 2분기부터 본격적인 시장 점유율 쟁탈이 시작될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한편 휘발유(가솔린) 가격이 1리터(L) 당 1400원 수준까지 하락하면서 수입차 시장에서도 판도 변화가 생겨났다. 지난 12월 시장 점유율 4위에 그쳤던 메르세데스-벤츠(4367대)가 올 1월 수입차 브랜드 최초로 4000대 이상을 판매한 반면, 2014년 연간 1위를 차지했던 BMW는 3008대를 파는데 그치며 1위 자리를 벤츠에 내줬다. BMW는 디젤 비중이 88%에 달할 정도로 디젤 차량 판매에 집중한 반면, 메르세데스-벤츠는 가솔린 차량 비중이 44%로 디젤 차량(56%)과 큰 차이가 없었기 때문이다. 한 외국계 자동차 메이커 임원은 “지난 1년간 유가가 지속적으로 하락하면서 차량 유지비 문제로 디젤차 구입을 고민했던 소비자들이 다시 가솔린 차량을 찾는 현상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영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