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사극, 원작소설의 표현에 너무 얽매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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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KBS제1TV의 대하드라머 『개국』이나 MBC-TV의 『조선왕조 오백년』같은, 정사에 바탕을 두고 꾸며지는 사극을 보면 우리 TV문화수준도 상당한 것이 아니냐는 생각이 든다.
우선 세트의 웅려함이나 소품·분장등의 완벽성이 많은 제작비가 효과적으로 쓰여지고 있다는 증거가 되겠으며 연기진의 표현능력 또한 탓잡을게 없다는 느낌이다.
몇몇 고증상의 문제가 없는건 아니나 이만큼 시대분위기를 재현한 사극들도 처음일듯 싶어 반갑다.
동시에 기본적인 문제의 검토도 소망스럽다.
TV적 표현은 중립성과 보수성이 본질이라는 점 말고도 확실한 사료를 바탕으로 씌어지는 극본이라면 구태여 원작소설의 힘을 빌 필요가 있겠느냐는 점이다.
게다가 소설적 표현에는 허구가 폭넓을 수 있지만 TV는 사실적 표현에 충실해야 된다는 점에서도 그렇다.
작가의 역량에서나, 또 원작소설의 초본화가 거꾸로 극본이 소설화되는 요즘의 추세에 비추어도 재고가 요망된다.
또하나, 제도나 시대사정을 옳게 반영시켰으면 좋겠다. KBS제2TV의 『객주』는 쓸데없이 민중의식을 강조하는 데서 무리가 있는데 전통시대의 공동체사회에서는 흔히 생각하듯 착취나 갈등의 대립관계만은 아니었다.
근대서양의 대립사관적 역사해석으로 우리의 옛시대를 이해하려는건 잘못이다.
MBC-TV의 『암행어사』는 우선 이 제도의 운용에 크게 벗어나 있을 뿐아니라 칼잡이를 앞세운 양반층의 저항세력을 등장시켜 이것을 다스리는 표상으로 암행어사를 활용하고 있다는데서 잘못되고 있다.
문민우위의 전통시대엔 칼든 흉한들은 없었다. 그러니 궤도수정을 해야 되겠다.
그다음 편성의 문제다. 프로그램엔 적극적 시청층이 있고 사극의 주시청층은 노인들이다.
연속편성으로 일상적인 환경구실을 하여 TV에 재미를 붙이도록 하는게 좋을듯 싶은데 왜 주간극으로 꾸미고 있는지 이유를 모르겠다.
『개국』이나 『조선왕조…』같은 좋은 프로를 두고 하는 말이다.
신규호 <방송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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