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사람] "아름다운 가게 열어 열린 국회 만들 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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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국회에서 일반 시민들이 참여한 가운데 바자가 열리는 것은 헌정사상 처음입니다. 지금까지는 사무처 직원들끼리의 바자가 몇차례 열렸을 뿐이지요. 무엇보다 국민과 함께 하는 열린 국회를 만들기 위해 행사를 마련했습니다."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내 잔디광장에서 열리는 대형 바자와 관련, 박관용(朴寬用)국회의장은 국회도 이제는 권위적 분위기를 벗어던질 때가 됐다고 말했다.

중앙일보와 삼성이 후원하는 아름다운 가게는 물품 재사용과 기증문화를 확산시키기 위해 서울에서 안국점과 삼선교점.독립문점 등 3개 상설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이곳에선 중고품을 기증받아 헐값에 판매하고 수익금은 불우이웃돕기에 쓴다.

국회의사당 광장에 마련되는 특별매장에는 朴의장과 국회의원, 국회 사무처 직원들의 기증품 1만여점이 나온다.

기증품은 의류.신발.장식품.액세서리와 책 등 다양하다. 누구나 현장에서 물건을 살 수 있고 중고품을 기증할 수도 있다. 행사는 오후 1시부터 5시까지다.

"국회의원을 포함한 국회 종사자들이 비록 정당과 지역은 달라도 불우이웃을 돕는다는 뜻에 이견이 있을 수 없습니다. 이런 행사를 통해 국민과 함께 하는 국회 이미지를 만들겠습니다. 또 앞으론 국회 내에서 시민들이 참여하는 연주회도 마련할 생각입니다."

朴의장은 바자가 시민들이 국회의원 및 보좌진들과 만나 국정의 여러 현안을 놓고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는 자리가 됐으면 한다는 바람도 내비쳤다. 그런 만큼 국회의원과 국회 공무원들은 행사 당일 앞치마를 두르고 판매 자원활동에 나설 계획이다.

바자가 열리는 동안 국회 의사당.헌정 기념관 등 의정시설 견학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것도 같은 뜻에서다. 어린이와 청소년들에게 의정교육의 기회를 제공하고 국회에 대한 거리감을 좁히겠다는 것이다.

朴의장도 청자 도자기 세트를 기증품으로 내놨다. 10여년간 안방에 두었던 애장품이다.

朴의장은 친분 있는 의원들에게 "사람들이 좋아할 만한 물건을 좀 기증하라"고 부탁했다고 한다. 영화배우 출신인 한나라당 신영균 의원은 그의 권유로 영화촬영 때 사용했던 넥타이 1백여개를 기증했다.

아름다운 가게 측은 "국회의장단과 사무총장이 기증한 10여점은 오후 2시30분부터 즉석 경매를 하겠다"고 말했다.

국회 사무처 관계자는 "중요 문화재 60호인 은장도와 남농 허건 화백의 동양화를 비롯, 각종 고서화와 골동품.분재 등 국회의원들이 기증한 귀중품이 상당수에 달한다"며 "문화재 전문가를 초빙해 진위여부와 시가 등을 감정했다"고 말했다.

최상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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