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마르코스 후계 아키노지목|마르코스독재등 이유로 "한계"평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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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미국행정부는 이번 「아키노」 피살사건직후 「필리핀문제」를 시급히 해결 해야할 위기에 직면했다. 「마르코스」의 후계자로 기대됐던「아키노」의 존재가 사라짐에 따라 대필리핀정책을 수정하지 않으면 안되게된 것이다.
미-비관계는 표면상으로는 「마르코스」대통령이 「레이건」미대통령의 초청으로 지난해 9월 16년만에 워싱턴을 방문, 양국사이의 상호방위조약의 중요성을 재확인한뒤 지난 6월에는 새로 타결된 미지기지협정에 따라 총액9억달러에 이르는 5개년 원조를 미국의 85년도 예산안에 반영키로 하는등 표면상으로는 순탄한 양상을 보여온것같았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미국은 지난해의 「마르코스=방미를 싯점으로 은밀하게 그의 후계자 문제를 신중히 검토해 온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자유 필리핀운동」등 미국내 필리핀반정부세력들에 따르면 미국은 「마르코스」현대통령이 연령적으로나 건강상의 면에서 모두 한계에 이르렀다고 판단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미국은 현「마르코스」정권의 실력자인 「엔리레」국방상, 「비라타」수상, 「이멜다」대통령부인 등이 필리핀을 통치할 역량을 갖고 있지 못하다고 판단하고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미국은 민주화를 주장해 깨끗한 국제적 이미지를 갖고 있는「아키노」라면 이슬람계게릴라인 모로민족해방전선까지 포함하는 필리핀의 각종세력을 통합할수있을 것으로 판단했다는 설명이다.
이번 「아키노」씨가 귀국을 강행한 배경에는 미국이 여권이 없는 그를 위해 서류를 만들어 주고 중화항공에 협조를 구해주었다는 설도 있다. 「아키노」의 귀국도 이런 미국의 태도에 고무되었기때문이라고 볼 수 있을것같다.
78년부터 미국에 망명하고 있는「차리트·프라나스」 전필리핀상공회의소사무국장은 『 「아키노」는 평화적인 민주화를 요구하고 있으며, 미군기지에도 반대하지 않고 있다. 미국은 이란에서 「팔레비」(이란국왕)의 후계자를 생각하지 않고있다가 혁명에 부닥진 실패의 경험을 필리핀에서는 되풀이하지 않기위해 「아키노」가 필요했던것같다. 「마르크스」정권은 그것에 위협을 느껴 암살사건을 일으킨 것이다』 라고 주장했다.
「프라나스」씨는 ①지난해9월의 「마르코스」미국방문중 미국무성관계자가 「아키노」씨를 만나「마르코스」 후계문제에 대해 협의했고 ②6월23일 미하원외교위 아시아태평양소위원회에서 「아키노」씨가 귀국계획을 확인하는 증언을 했는데 이 위원회의 「솔라즈」 위원장은 최근 마닐라에서 「아키노」씨가 내년의 의회선거에 참가할 수 있도록 필리핀정부에 요구했으며 ③「슐츠」국무장관이 지난6월 필리핀방문도중 반체제그룹대표들과 비밀회담을 가졌다고 주장했다.
「아키노」씨와 함께 객원연구원을 한 하버드대학의 페어뱅크」교수(중국사)는 미국이「아키노」씨를 「마르코스」 후계자의 한사람으로 보고 었었느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단언하면서 『「아키노」 암살로 필리핀은 정정불안에 빠져 정치적 폭력이 일어날 가능성도 부정할수없다. 미국은 필리핀국내문제에 개입해서는 안되며 「레이거」대통령의 필리핀방문계획도 취소돼야마땀하다』고 주장했다.
암살사건직후『앞으로 필리핀과의 관계는 사태를 지켜보는 수밖에 없다』고 한 미국무성당국자의 말은 현재의 미행정부의 미묘한 입장을 그대로 표현했다고 볼수있다.
그러나 「레이건」대통령의 필리핀방문이 실현될지, 그리고 의회안에서의 비판이 어느만큼 고조될 것인지에 따라 미국의 대필리핀정책은 전환기를 맞지않으면 안될 입장에 놓이게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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