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물선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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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국제대회의 기록경기에 나서는 여자선수들을 보고 한때 정말 여자인가 의심한 적이 있었다. 체격이 남자처럼 우람하고 콧수염까지 거뭇한 여자가 많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주요대회에선 경기 전에 반드시 성검사를 실시하게 됐다.
그러나 정작 심각한 것은 선수들의 약물복용이다. 지금 베네쉘라에서 열리고 있는 범미주대회에서도 사이클과 투포환의 유력 우승후보들이 호르몬제인 스테로이도를 복용, 실격당했다. 이바람에 투포환의 금메달은 방년 이래의 최저가록이라는 이변을 낳았다.
선수들의 약물복용은 오래전부터 공공연한 비밀로 돼왔다. 특히 역도나 투포환처럼 찰나의 순발력을 요구하는 경기에선 선수들의 절반 이상이 약물을 복용한다.
76년 몬트리올 올림픽 대회에서 6명이 자격정지를 당했고 78년 유럽육상대회에선 5명이 실격됐다.
선수들이 주로 먹는 약은 화합물인 아나볼릭 스테로이도라는 호르몬제. 스테로이도(steroid)의 액체형인 스테린을 유도하는 물체로는 남성호르몬, 발정호르몬, 항체호르몬, 부신피질호르몬이 있다.
이 약을 먹으면 남자는 가슴이 나오고 목소리가 굵어지며, 여자도 수염이 생긴다. 약물 호르몬제가 신체의 구성물질로 바꾸어지는 동화작용(아나블리즘)의 결과다.
운동능력의 우열강약을 지배하는 인자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이 몸의 크기고 이것은 바로 성장호르몬제에 좌우된다. 선수들이 스테로이도룰 복용하는 것도 이때문이다.
이밖에 코카인도 있다. 마약류에 들어가는 흥분제. 주로 미국의 프로선수들이 먹는다.
LA타임즈지는 미국 프로농구선수의 40∼75%가 코카인복용 경험이 있다고 폭로했다.
『코카인을 상복하는 선수들은 어느날 갑자기 신들린듯 파인 플레이를 연출하다가 다음날 특별히 다친 곳도 없이 출전을 안한다』 조사담당 경찰관의 말이다. 권투, 야구선수도 예외는 아니다.
약물복용 선수를 가려내기는 힘들다. 육안식별법은 퇴색한지 오래고 이젠 정밀검사기가 등장했다. 그래도 경기 2, 3개월전에 복용을 끊으면 소변에서 약물성분을 추출하기가 어렵다.
이번 범미주대회에선 컴퓨터를 장치한 서독제 검사기가 등장했다고 한다. 기계가 속을줄 알고 태연히 출장했던 선수들이 혼이 났다는 후문. 최저 수개월에서 몇년전까지의 복용사실도 밝혀낼수있기 때문이다. 일부선수들은 검사와 경기를동시에 포기하고 귀국했다는 웃지 못할 얘기도 있다.
IOC는 1백50종류의 약물을 블랙리스트에 올려놓고 있다. 약물복용선수에겐 1년간의 자격정지도 내린다.
운동성적에 국가의 위신을 걸려는 풍토에선 약물복용사건이 끊어질 수가 없다. 두 국제대회를 앞둔 우리도 유종의 미를 거두려면 약물복용을 철저히 가려내는 과학적인 방법에 눈을 떠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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