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도범 야구관람중 잡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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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치과의원에서 금품을 털어달아났던 강도범이 야구구경을 갔다가 관중석을 비추어 보이는 TV화면에 얼굴이 나타나는 바람에 피해자와 동행한 경찰에 붙잡혔다.
검거된 강도범은 김수영씨(26·서울신정2동144)로 김씨는 지난10일하오3시쯤 서울봉천7동857의1 박전식치과의원에 침입, 사무장 권중화씨(37)와 간호원1명을 식칼로 위협, 현금과 귀금속등 49만원어치를 강탈했다.
김씨는 이날 치과의원에서 『금을 내놓으라』고 요구하며 철사로 권씨의 양손을 묶은뒤 캐비닛에서 현금·자기앞수표등 11만원과 권씨의 다이어먼드반지 1개등 모두 49만원어치를 빼앗겼다. 김씨는 범행당시 환자가 찾아오자 5분후에 다시 오라며 돌려보내는등 여유를 보였고 범행후엔 『경찰에 신고하라』며 유유히 달아났다.
김씨가 TV화면에 나타난 것은 20일 하오4시3O분쯤. 서울운동장 야구장에서 벌어진 봉황기고교야구 준결승전 광주일고와 충암고의 3회말 경기때였다.
치과의원에서 원장씨와 함께 TV중계를 보던 사무장 권씨의 눈에 관중석에 앉아 응원에 열을 올리고 있는 김씨의 얼굴이 나타났다. 김씨는 충암고 응원석에서 학생들틈에 끼어 응원을 하고 있었는데 카메라가 관중석을 비추다 우연히 김씨의 얼굴을 클로스업시켰던 것.
사무장 권씨는 화면에 나타난 김씨의 모습에서 작은키에 짧은머리, 얼굴이 거무스름하고 험상궂은 모습이 강도범과 비슷한것을 알고 원장 박씨와 함께 파출소에 연락했다.
사무장 권씨와 관악경찰서 봉남파출소 경찰관이 급히 택시를 잡아타고서 서울운동장에 도착했을때는 7회전경기가 진행중이었다. 그때 야구장에는 2만여명의 관중이 자리를 잡아 어느 곳에 범인이 있는지 막연했다. 사무장 권씨등은 KBS중계방송 카메라맨을 찾아가 3회말 공격때 비춘 관중석이 어느 쪽인가를 알려달라고 부탁, 카메라맨으로부터 외야석 우측스탠드 충암고응원단 장면을 비추었다는 말을 들었다.
권씨등은 충암고응원단의 스탠드를 위쪽부터 훑어내려오기 시작하며 범인을 찾다가 스탠드 중간쯤에서 범인 김씨가 열심히 응원하는 모습을 발견했다.
권씨등은 동행한 경찰관과 경비중인 전경대원4명에게 지원을 요청, 김씨를 덮쳐 검거했다.
김씨는 검거당시 『엊그제 교도소에서 나와 새 삶을 시작한 사람인데 왜 그러느냐』며 범행을 딱 잡아떼다 경찰이 간호원등 목격자와 대질시키며 추궁하자 범행을 시인했다.
경찰조사결과 김씨는 지난18일0시쯤 서울신정동삼성전자대리점에서 카세트라디오2대(싯가 15만원)를 훔쳤고 검거되기 직전인 20일하오2시15분쯤에도 서울신대방동607의62 백문경치과의원에서 현금11만원을 강도절도한 것으로 밝혀졌다.
김씨는 『백문경치과에서 범행을한 뒤 술을 마시고 평소 좋아하는 야구구경을 가 서울팀인 충암고를 응원했다』고 했다.
지난77년 서울G고교를 졸업한 김씨는 절도죄로 8개월 징역을 살고 지난7일 전주교도소에서 출소했는데 그동안 강도질한 돈은 모두 유흥비로 탕진했다고 했다.<한천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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