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머리를 쏜다면 어쩔수 없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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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마닐라국제공항에서 「아키노」 암살현장을 목격한 사람들은 군인들이 가까운 거리에서 총을 발사했다고 말했다.
목격자중의 한사람인 일본공동통신의 「우에다·가쓰오」 특파원은 「아키노」씨를 경호하던 보안군2명이 그의 머리에 각각 권총을 발사하는 것을 보았다고 말했다. 모 다른 일본인기자「와까미야·기요시」씨 역시 군인들이 「아키노」씨에게 총을 쏘았다고 전했다.
그러나 「우에다」 특파원은 마닐라시경찰당국이 「아키노」 전의원에게 총을쏜 정비사복장의 한 민간인을 사살했다는 공식보도가 있은후 군인들이 누구에게 총을 쏘았는지는 분명히 알수 없다며 모호한 입장을 취했다.
○…UPI통신기자를 포함, 「아키노」씨와 동성했던 승객들은 처음에 4발 내지 5발의 총성이 짧은 간격으로 울렸으며 이어 수발의 총성이 거의 동시에 울렸다고 전했다.
대만에서 「아키노」씨와 동행한 12명의 기자들중 대부분은 「아키노」씨가 무장군인들과 함께 비행기밖으로나갈때 같이 따라 나가려고 했으나 트랩으로 통하는 문에서 제지됐다. 그러나 「우에다」특파원을 포함한 일부승객들은 자리에 계속 앉아있다가 창문을 통해 트랩하단에서 발생한 총격장면을 목격할수 었었다.
○…비행중 「아키노」씨의 자필서명을 받았던 한 필리핀여성은 『충성이물리는 순간 그들이 「니노이」 「아키노」의 애칭)에게 총을 발사했다』면서 비명을 질렀다.이 여성은 누가 총을 쏘았느냐는 질문에 『군인들』이라고 대답했다.
다른 한 서독인탑승객 「하르트무트·알바튼」씨는「아키노」 전의원이 무장경호원들의 호위아래 비행기 트랩을 내려가던 중 바닥으로 쓰러졌으며 동시에 군복을 입은 한 남자가 청바지와 푸른 셔츠차림의 다른 한 남자에게 총을 쏘아 그 역시 쓰러졌다』고 전했다.
「알바트」씨는 이어「아키노」전의원이 공항보안차량에 실렸으며 이 차량에서 겅호원 한명이 다시 나와 쓰러져있던 청바지차림의 사나이 옆에 분명히 자동소총을 놓아 두었다고 밝혔다.
「센다나」 공보상은 이들 통신의 보도를 강력히 부인하면서 「아키노」씨가 단 한발의 총단만 맞았다고 말했다.
○…「아키노」씨가 탄 중화항공여객기가 공항에 밀주어서는 순간 같은 여객기에 타고있던 승객들은 그가 피격될지도 모른다는 예감을 갖고있었다.
마닐라국제공항의 유도로에는 카키색제복을 입은 약15명의 사람들이 눈에 띄었으며 이들은 곧 여객기 정면으로 뛰어가기 시작했다.
여객기가 정지하자 곧 이어 문이 열리고 3명의 군인들이 여객기내부로 들어왔다.
제일먼저 여객기에 오른 군인은 여객기 앞자리에 앉아있던 「아키노」씨를 지나쳐갔으며 두번째 군인은 「아키노」씨 앞에 멈추어 서자 다른 2명도 그를 둘러쌌다.
그들중 1명이 「아키노」씨와 악수를 나누고 열려진 탕승구쪽으로 그를 안내했다.
답승구에 이른 순간 쾌활하고 대담한 성격의 「아키노」전의원에게는 모든것이 희망에 넘쳐보였다.
그러나 불과 몇초만에 여객기의 기수왼쪽 지상에서 4발 내지 5발의 총성이 울렸다.
일부 승객들은 바깥을 내다보려고 창문으로 뛰어갔으며 「아키노」 늙의원의 귀국을 취재하려고 같이 여행한 기자들과 그밖의 승객들은 「아키노」 전의원이 어디로 가고있는지 보려고 자리에서 뒤쳐 일어나 앞으로 달려나갔다.
기자들이 열려진 탑승구로 뛰어가는 모습은 혼란 바로 그것이었다.
사진기자들은 군인들이 총기를 들이대자 다시 여객기안으로 뛰어들어왔다. 10여명이 넘는 군인들은 사격자세를 취하고 있었으며 「아키노」 전의원은 머리와 목에서 피를 흘리며 바닥에 얼굴을 묻은채 쓰러져있었다.
공항대합실에서는 3천 내지 5천명에 달하는 「아키노」 전의원 지지자들이 공항으로 들어오는 그를 보려고 소리를 치며 아우성이었으나 그가 저격당한 사실은 모르고 었었다.
이때야당지도자「살바드르·로옐」이 트럭에 뛰어올라 군중들을 향해 큰소리로 『「니노이」가 저격당했다』고 소리쳤다 그순간 군중들은 의침을 중단했다. 그뒤 얼마 안있어 군중들은 여기저기서 소리죽여 흐느끼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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