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일리스트 박혜라의 패션 & 스타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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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계가 러시아 문화에 열광하고 있다. 미술.건축.음악 뿐아니라 패션까지도 전반적인 문화코드가 러시아 문화의 영향을 깊이 받고 있다.
런던의 유명한 갤러리는 러시아 젊은 작가의 작품 전시회를 열고, 전세계인은 러시아 음식의 대표음식인 캐비어를 즐겨 찾고 있으며, 러시아 출신의 유명 인사들이 새롭게 재조명 되고 있다. 러시아 발레리노 겸 영화배우 미하엘 바리시니코프와 영화 '제5원소'의 밀라 요요비치는 영화계에서 새롭게 주목받고 있으며 스포츠계에서는 얼마전 내한해 열광적인 인기몰이를 한 테니스 선수 샤라포바와 안나 쿠르니코바가 연신 미디어에 오르내리고 있다. 지구촌 전반적으로 퍼져있는 러시아 열풍을 직감할 수 있다.
패션계에서도 환상적인 각선미를 자랑하는 캐롤리나 쿠르코바와 어린 나이에 최고의 모델로 자리매김한 나탈리아 보디아노바와 같은 러시아 모델들이 밀라노와 파리, 뉴욕의 유명 디자이너로부터 러브콜을 받고 있다. 또한 러시아 출신 디자이너들이 세계의 유행을 결정짓는 파리 컬렉션에 대거 참여하고 있다. 모델 나탈리아 보디아노바는 결혼해서 아이까지 낳았음에도 불구하고 모든 디자이너들의 패션쇼 오프닝을 장식하는 등 열렬한 지지를 받고 있으며, 세계적 패션 디자이너 캘빈클라인은 그녀를 자신만의 모델로 만들고 싶어 자신의 쇼와 광고에만 출연하는 조건으로 거액의 계약을 했을 정도다.
이런 전반적인 분위기에서 올 겨울 주요 패션 요소가 러시안 무드임은 말할 필요도 없다. 우리에게 너무도 유명한 영화 '닥터 지바고'를 떠올려보자. 극중 주인공들이 입고 나오는 옷이나 군복이나 모자 등을 연상시키면 러시안룩이 어떤 스타일인지 금방 알아챌 수 있다. 제정 러시아 시절의 황실 문화의 화려한 장신구와 유색보석으로 화려하게 만든 십자 목걸이, 러시아 군인들의 군복코트, 털로 만든 군인 모자 코삭햇, 그리고 러시아의 전통인형 '마트로시카'(속이 비어있는 같은 모양의 인형이 여러 개 겹쳐있는 것)의 컬러풀한 민속의상에서 패션 디자이너들은 영감을 받아 재해석을 통해 새로운 러시안 패션을 만들어냈다. 돌체 앤 가바나는 이번 광고에서 코삭햇을 쓴 모델들을 주인공으로 사용하기도 했다.
필자는 10년 전 모스크바에서 구입한 삼천원짜리 숄을 거의 매년 겨울의 중요 패션아이템으로 사용하고 있다. 한국에서도 이런 멋진 제품을 저렴한 가격에 얼마든지 구할 수 있다. 하나쯤 구입해 이번 겨울 멋진 러시안 룩을 연출해 보면 어떨까.

▶박혜라=현직 패션 스타일리스트로, 현재 J.J매거진 스타일 디렉터와 브랜드 H.R디자이너, 홍보대행사 '청' 대표를 맡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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