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사람] 지리산 150회 종주한 산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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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이광전씨가 22일 얼음꽃이 핀 천왕봉 근처를 지나고 있다.

높이 1000m가 넘는 봉우리만 20여 개가 솟아있는 지리산 주 능선을 며칠씩 걷는 지리산 종주는 산꾼이라면 누구라도 한번은 도전해 보고 싶은 코스다. 그 꿈의 산행길을 150회나 종주한 사람이 있다. 대한산악연맹 부산시 연맹 자문위원인 이광전(63)씨.

이씨는 23일 3박4일 동안의 지리산 종주를 마쳐 이 기록을 세웠다. 그는 20일 오전 전남 구례의 성삼재를 출발, 천왕봉을 거쳐 23일 오후 경남 산청의 대원사에 도착했다. 그가 부산 섬유회사에 다니던 시절인 1971년 7월 종주를 시작한 이래 34년 만에 이룬 대기록이다.

부산공고와 부산대 공대 시절부터 산을 타기 시작한 이씨는 첫 지리산 종주에서 이 산의 넉넉한 품에 반해 버렸다고 한다.

"여름철 야영을 하면서 바라본 밤 하늘의 별과 물소리, 바람소리가 그렇게 좋더라고요."

그러나 회사 일로 지리산을 찾기가 쉽지 않자 81년 주말이 자유로운 동아대 행정 직원으로 자리를 옮겼다. 2002년 6월 주임으로 퇴직한 그는 진급에도 관심을 보이지 않을 만큼 산에 빠져 있었다.

80년대까지는 등산로가 나빠 5박6일 산행이 보통이었다. 배낭에서는 김치 국물이 흘러 나왔고, 군화를 신고 무거운 군용 A자형 텐트를 지고 다녀야 했다.

그는 91부터 97년까지 동아대 체육학과에서 '동계 산악훈련'을 강의했으며, 대한산악연맹 등산학교에서 강사로 활동할 정도로 전문가가 되었다.

이씨는 자신의 산행을 모두 기록해 놓고 있다. 그는 "산에 가면 아무런 생각이 나지 않는 것이 좋다. 200회 종주를 마치고 산에 묻히고 싶다"고 말했다.

글.사진=김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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