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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나당 연합군을 하자는 겁니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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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수석
고수석 기자 중앙일보 부데스크
고수석
통일문화연구소 연구위원

남북한과 중국은 오랫동안 지정학적 위치로 깊은 관계를 맺어왔다. 남북한의 기억 속에 중국은 부러움과 두려움의 대상이었다. 문명이 앞섰던 시기는 부러워했고 한반도로 쳐들어왔을 때는 두려워했다. 1945년 분단 이후 남북한은 중국에 각각 다른 의미로 자리를 잡았다. 북한은 정치적으로, 남한은 경제적으로 중국과 가까워졌다.

 북·중 관계는 혈맹으로 출발했지만 정상국가로 점점 변하고 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생전에 “중국을 믿지 말라”고 한데서도 알 수 있다. 북한은 79년 미·중 수교, 92년 한·중 수교로 중국을 믿지 않으려고 한다. 그래서 북한은 남한을 부러워한다. 10년 전 평양을 방문했을 때 북한 안내원은 “남조선(남한)이 얼마나 부러운 줄 아세요. 세계 최강의 미국이 든든하게 지켜주잖아요. 그런데 우리는 영~”하며 고개를 저었다. 대놓고 중국을 욕할 수 없는 처지라 그 정도로 그친 것 같았다. 그는 “남조선은 우리가 핵무기를 가지려는 것이 미국의 위협에 대처하는 수단으로만 생각하는데 큰 오산”이라며 “국경을 접하고 있는 중국이 더 무서워 그 영향도 견제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중 관계는 경제적으로 비약적인 발전을 했다. 교역량이 수교 당시 64억 달러에서 2013년 2700억 달러로 43배나 늘었다. 지난해엔 한·중 자유무역협정(FTA)까지 체결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과거의 전통을 깨고 평양보다 서울을 먼저 방문한 것도 한·중 관계의 발전을 보여준다. 그리고 정치적으로도 선린 우호협력 관계(92년)에서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2008년)로 격상했다. 하지만 여전히 북한의 전통적 우호협력 관계보다는 아래다.

 시진핑 정부 출범 이후 냉랭했던 북·중 관계가 지난해 말부터 반전하고 있다. 중국 공산당 서열 5위 류윈산(劉雲山) 정치국 상무위원이 지난해 김정일 사망(12월 17일) 3주기를 맞아 주중 북한 대사관을 방문해 북·중 관계를 매우 중시한다는 중국 지도부의 메시지를 전달했다. 곧이어 중국은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생일(1월 8일)을 맞아 처음으로 축전을 보내면서 전통적 우호협력 관계를 발전시키자고 강조했다.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의 한국 배치 추진과 중국 정부가 제안한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의 가입을 한국이 미적거리자 이에 대한 중국의 불만으로 해석되기도 한다.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환경에 따라 국가마다 국익도 움직인다. 남북한과 중국의 관계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베이징에서 만난 중국 지인이 이런 말을 건넸다. 그는 시 주석이 ‘큰 형님’으로 생각하는 사람 가운데 한 명으로 알려진 사람이다. 그는 “한국이 중국에 자꾸 북한을 압박해 달라고 하는데 중국 사람들은 이를 ‘다시 나당(신라와 당나라) 연합군을 하자’는 것으로 받아들인다. 그 결과는 한국이 더 잘 알 텐데”라고 말했다. 중국이 우리 편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착각이다. 중국은 자국의 국익에 따라 움직일 뿐이다. 스마트폰을 수출하는 한국이 똑똑해져야 하는 이유다.

고수석 통일문화연구소 연구위원